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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진영은 어떻게 올림픽 후 다른 차원의 선수가 됐나
고진영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고)진영이와 내년 중반까지는 꼭 세계랭킹 1위를 되찾자고 약속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룰 것같네요.”

2021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평정한 고진영(26)은 지난 8월 끝난 2020 도쿄올림픽 이후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선수로 변했다. 경기력 저하에 조모상까지 겹치며 힘겨운 상반기를 보냈던 고진영은 올림픽 이후 복귀한 LPGA 투어 무대서 두 달 동안 우승컵을 4차례나 들어올렸다. 마치 마법을 부린 듯 고진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한 배경은 뭘까.

고진영의 스윙코치인 이시우 코치는 이에 대해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진영이가 도쿄올림픽 이후 뭔가 본인 만의 느낌을 찾은 것같다”고 했다. 2017년 6월부터 고진영과 호흡을 맞춘 이시우 코치는 2019년 고진영을 세계랭킹 1위로 올려놓은 뒤 1년 간 헤어졌다가 도쿄올림픽 직전 다시 손을 맞잡았다.

이시우 코치는 “진영이가 손목 움직임이 많아 그린적중률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큰 근육으로 회전하는 훈련을 집중했다. 손목을 안쓰면 몸통 회전을 많이 해야 스윙을 만들 수 있고, 그렇게 하다보면 정확도가 좋아지고 거리가 늘어난다. 덕분에 드라이버샷도 안정됐고 거리도 6~7야드 더 늘었다”고 했다.

이 코치는 그러면서 “도쿄올림픽 후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30일간 매일 연습장에서 만났다. 일요일 오전에도 나와서 함께 연습했다. 고진영을 오래 봐왔지만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걸 보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고진영은 지난달 부산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후 “그동안 경기력이 너무 안 좋아서 올림픽 후 국내서 한달간 머물면서 스윙을 재정비하려고 했다. 아침 8시에 연습장에 가서 저녁 먹을 때까지 헬스장, 연습장만 왔다 갔다 했다. 주니어 선수 때처럼 연습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진영과 이시우 스윙코치(오른쪽). 왼쪽은 올해 KPGA 코리안투어 3관왕 김주형. [이시우 코치 SNS]

이시우 코치는 “진영이가 올림픽 후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라고 말하더라. 본인 만의 느낌을 찾은 것같았다. 그동안 지쳐 있었는데 이제 골프가 재미있어졌다며 모든 면에서 밸런스가 맞아가는 것같다고 했다. 열정을 찾고 목표가 생기면서 집중도와 효과가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이어 “진영이와 훈련하면서 내년 중반 정도엔 세계랭킹 1위를 다시 찾아오는 걸 목표로 삼자고 했는데 더 빨리 이뤄질 것같다. 하반기 이렇게 많은 승수를 쌓을 줄 몰랐다”며 제자의 성과에 기쁨과 놀라움을 표했다.

고진영은 스스로를 지독하게 담금질한 후 복귀한 LPGA 투어서 한 차원 높이 진화했다. 첫 복귀무대인 9월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서 우승을 시작으로 2개월간 7개 대회서 우승 4회, 준우승 1회, 공동 6위 2회의 대업을 이뤄냈다. 그 사이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써내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5년 남긴 LPGA 투어 역대 최다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한국 선수 LPGA 투어 통산 200승의 주인공도 됐다. 넬리 코다(미국)에 뺏겼던 세계 1위 자리도 되찾았다. 그야말로 고진영의 원맨쇼였다.

22일(한국시간) 끝난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서는 1라운드 9번홀부터 최종라운드 18번홀까지 63개홀 연속 그린적중률 100%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 미국 골프계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에서 1위를 질주하다 고진영에게 모든 타이틀을 내준 넬리 코다는 "완벽한 ‘고진영 쇼’였다. 경이로운 골프를 했다. 이럴 땐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저 뒤로 물러나 앉아 지켜보는 것밖에는 없다”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고진영의 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한국인 최초 LPGA 투어 상금왕 3연패, 첫 올해의 선수 2회 수상 등 빛나는 성과를 거둔 고진영은 23일 오후 5시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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