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고3 수험생이 “감독관 한 명 때문에 시험을 말도 안 되게 망쳐버렸다”며 억울하다는 사연을 올려 교육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수능 다음날인 지난 19일 수험생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오르비’에는 ‘감독관의 실수로 고3 첫 수능은 완전히 망쳐버렸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대구 상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쳤다는 수험생 A씨는 1교시 국어 시험이 시작하고 10분 뒤 해당 고사실의 감독관으로부터 “선택과목 문제부터 풀라”는 지시를 받았다. A씨는 이러한 지시를 받고 ‘그런 법은 없다’고 생각해 독서 영역 지문을 계속 읽어나갔는데, 감독관은 수험표를 확인하고는 거듭 “선택과목부터 풀어야 한다”면서 A씨의 시험지를 2페이지에서 ‘화법과 작문’(화작) 영역이 있는 9페이지로 강제로 넘겼다.
A씨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않았지만 시험지를 강제로 집어들어 넘기는 행위가 너무 강압적이어서 순간 진짜 그런 규칙이 있는 줄 알고 참고 지문을 읽어 내려갔지만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독서 지문을 다시 읽어야 된다는 강박과 조바심 때문에 글도 눈에 안 들어오고 정말 이 상황이 너무 분하고 원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화작을 치던 도중에 정정한다고 다시 공통부터 풀라고 전체에게 지시해 도저히 문제를 정상적으로 풀수 없게 만들어 놨다”며 “생전 틀려본 적 없던 화작에서만 10점 넘게 날아갔다. 감독관의 매뉴얼의 실수가 있었음에도 그 선생님은 사과 한마디 없이 시험지를 걷어 나가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국어 시험의 여파는 나머지 시험에까지 이어졌다. A씨는 “그 강박적인 상황이 트라우마가 돼 머리에 맴돌았다”며 4교시 시험을 끝낸 뒤 본부를 찾아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연락을 준다더니 밤 늦도록 연락이 없더라”며 “모두가 그냥 상황에 대해서 축소만 하려고 하는 것 같아 너무 답답하고 분하다.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 선생님이 너무 원망스럽고 국어 시험 하나 때문에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데 너무 분하고 눈물이 난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해당 감독관은 이튿날 작성자의 부모님에게 연락을 취해왔으나, A씨의 피해 호소에 되레 “그래서 어떤 걸 원하시냐. 고소를 진행하길 원하시는 거냐, 아니면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하실 거냐”라며 적반하장식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교육청은 22일 “수능날 해당 고사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며 “담당 감독관이 착각을 했던 부분에 대해서 실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교육청 측은 추가 조사를 통해 피해 학생 진학 지원 등 향후 조치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