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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값 아파트' 실효성 없다는데…선거 국면마다 등장 [부동산360]
기본주택·원가주택·누구나집 등 공약 쏟아져
文정부, 지분적립형·이익공유형 주택 등 제시
과거 실패한 정책의 재탕 대부분
공급물량 제한적…신도시 등 공공 사업지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연합]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선거철마다 분양가를 낮춘 다양한 형태의 주택 공급안이 쏟아져 나오지만, 과거에 실패한 정책이 되풀이 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들이 새 아파트를 싸게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모두 임기 중 주택 250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건물값만 받는 기본주택(분양형) 공급 구상을 밝힌 상태다. 윤 후보는 시세보다 싼 건설원가에 분양가를 매긴 '청년원가주택'과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들어서는 '역세권 첫 집 주택' 공급을 내세웠다.

이 공약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부지 확보나 재원 마련 측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정부에서도 일반분양보다 더 싼 값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공공자가주택’ 정책을 쏟아냈지만, 아직 가시화된 게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공공자가주택, 3기 신도시 등에 공급 예정=정부는 작년 8·4대책과 2·4대책에서 각각 ‘지분적립형 분양 주택’과 ‘이익공유형 주택’ 등 공공자가주택을 제시했다.

‘4분의 1값’으로 공급되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지난해 8·4대책 발표 당시 서울시가 제안한 모델이다.

이 주택은 입주할 때 토지나 건물 지분의 일부(20∼25%)만 사고, 20∼30년 거주하면서 나머지 지분을 순차적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실수요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올해 2·4 대책에선 이익공유형 주택을 도입했다. 이익공유형 주택은 분양가격의 일부만 지불하고 온전한 소유권을 확보하되, 이후 처분할 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만 팔아 손익을 분담하는 형태다.

무주택자에게 일반공급되는 이익공유형 주택은 같은 지역 일반 공공분양의 80% 이하 수준으로 공급하고, 환매할 때는 보유기간과 분양가 등에 비례해 감정가의 50~80%를 적용한다.

지난 7월 국토부가 입법예고한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3기 신도시 등은 지구별 공급 물량의 5~10%, ‘2·4 대책’ 사업지구는 전체의 10~20%가 공공자가주택으로 공급된다.

업계에선 물량이 적은 만큼 입지가 우수한 곳에서 공급되는 공공자가 주택을 두고 청약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헤럴드경제DB]

▶여당의 ‘누구나집’…10년 뒤 부동산 시장 따라 희비 교차= 집권 여당은 올 6월부터 '누구나집'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2030세대의 주거문제를 누구나집 방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누구나집은 집값 10% 수준의 낮은 보증금으로 10년 동안 장기거주할 수 있고 10년 뒤에는 미리 확정한 가격에 우선 분양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기존 10년 공공임대는 10년 임대기간이 지난 뒤 분양가를 감정평가액으로 정하는데, 누구나집은 10년 뒤 분양가를 미리 정해놓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현재 인천 검단 등 6개 단지(6075가구)를 시범사업장으로 정하고 사업자를 공모하고 있다.

이 정책이 현실성이 있을지를 두고 논란이다. 10년 뒤 부동산 시장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10년 뒤에 치를 집값을 지금 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10년 뒤 주변 집값이 크게 오르면 수분양자 입장에선 '로또분양'이 되는 것이고, 주변 시세가 내려 분양가가 오히려 더 높아지면 미분양 사태가 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0년 전에 분양가를 정해놓는 이 사업 구조는 입주자가 향후 주택가격의 상승이나 하락에 관계없이 무조건 이익을 취하는 형태"라며 "얼마나 많은 사업자가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모두 ‘토지임대부 주택’…“임대료 더 낮춰야”= 최근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신임 사장이 '반값 아파트'를 통해 강남에 분양가 5억원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값 아파트는 서울시와 LH, SH공사 등 공공이 토지 소유권을 갖고 수분양자는 건물 가격만 내고 집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분양 원가의 절반을 넘는 토지비가 제외돼 초기 분양가를 30~6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기본주택', 윤석열 대선 후보의 '역세권 첫집주택', 김헌동 사장이 제시한 '반값 아파트'는 다른 듯 하지만 모두 ‘토지임대부 주택’ 형태이다.

분양가의 70%를 차지하는 택지비를 제외하고 건물값만 받아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고안됐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관건은 임대료다. 택지는 여전히 국가 소유라 이 집을 분양받은 사람은 매달 별도 토지 임대료를 내야 한다. 사실상 ‘반전세’ 주거 형태인 셈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전용 85㎡ 기본주택(분양형)의 경우 예상 분양가는 3억5000만원, 임대료는 월 33만원이다.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임대료를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패한 정책의 재탕?…“단점 보완해야”=주택을 싸게 공급하겠다는 정책들은 대부분 과거 정부의 정책을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보금자리주택에 도입한 ‘분납형 임대아파트’와 사실상 같은 방식이다. 초기에 30%를 내고 입주한 후 4년(20%), 8년(20%), 10년(30%) 세 차례 분납금을 내면 내 집이 되는 것이다.

당시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LH의 자금난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공급 대상이 확대되지 못하고 폐기돼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익공유형 주택도 노무현 정부 때 시범사업을 한 환매조건부와 같은 형태다. 문제는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시범사업으로 처음 도입했던 공공자가주택은 경기 군포시에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형태로 공급됐지만 전체 물량 중 92.4%가 미분양 돼, 전량 일반분양으로 전환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과거 실패했던 정책의 재탕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단점을 보완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효성 있을까…또 다른 ‘로또 청약’ 우려도=공공자가주택은 당장 목돈을 마련하기 힘든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매력적인 내 집 마련책이다. 과거 수도권 외곽에 주로 공급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서울과 가까운 3기 신도시, 서울 역세권 공공주택 복합사업지에 공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공급물량이 제한적인 게 문제로 꼽힌다. 공공이 주도하는 수도권 신도시, 2·4 대책 사업지구 등 공공택지에서 일부 시행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로또 청약’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과 2012년에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이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됐다. 당시 전용면적 84㎡ 기준 2억원(월 임대료 50만원) 수준으로 분양됐는데, 현재 시세는 16억원 수준으로 8배까지 뛰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모든 공급을 전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절반은 자율 시장에 맡겨야 한다"면서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면 좋은 입지의 물량이 공급되는 등 주택 시장이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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