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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부서 매달려”…광범위한 스토킹처벌법에 경찰 고충↑
‘지속성’ ‘반복적’ 행위가 핵심···다양한 사건에 적용 가능
“폭행은 형사과·채권추심은 수사과가 담당···업무 늘어나”
전문가들 “피해자 보호 절차 마련에 있어선 의미 있어”
“보충 규정 통해 늘어나는 스토킹 유형 대응해야”
스토킹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 10월 21일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 반복적으로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애초 예상됐던 연인 관계 외에도 채권추심 등 다양한 사례에서 스토킹처벌법 위반 사건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청소년과를 비롯해 형사과, 수사과 등 경찰 조직 내 여러 부서에서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게 돼 고충을 토로하는 모양새다.

1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스토킹처벌법이 경찰 관서 내 여청과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사건에 적용될 수 있어 각 부서에서 업무 부담이 늘었다고 하는 분위기다. 채권추심,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 보복 운전 등에도 스토킹 행위가 인정되면 스토킹처벌법으로 피의자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한 경찰서의 형사과장은 “가령 폭행이나 협박이 스토킹행위에 포함되면 형사과가 담당하고, 채권추심이 있으면 수사과도 담당하게 된다”며 “스토킹처벌법이 보충적인 성격이 있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반복적인 행위가 이뤄졌을 때 어떠한 행위로 이뤄졌느냐에 따라 관련 부서가 일임하게 돼 일만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서울 지역 한 경찰관은 “법이 구성요건을 너무 광범위하게 만들어놨다”며 “상대방 의사에 반해서 지속적인 행위를 하면 모든 혐의에 적용이 가능해 이미 적용 가능한 기존 혐의가 존재함에도 스토킹처벌법이 모두 포함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직장, 학교 등 일상생활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활용해 물건이나 글, 그림,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직접 또는 제삼자를 통해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등 부근에 두는 행위 ▷주거나 그 부근에 놓인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 등을 처벌 대상으로 본다.

스토킹 범죄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흉기 등을 이용했을 경우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형이 가중된다.

그동안 경범죄로 처리되던 스토킹 행위에 대해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법안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민들의 분위기도 보였다.

취업준비생 A(26·여) 씨는 “이전까진 아주 확실한 스토킹 피해가 있어야 신고할 수 있었는데 이제 반복적으로 피해자가 나쁜 행위를 했다는 정황이 확인될 수 있다면 법적 보호가 가능해져서 피해자들을 위한 법안으로 본다”며 “다만 법안을 광범위하게 하지 말고 조금씩 고쳐 나갈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방송업계 종사자 B(26·여) 씨 역시 “법안이 만들어진 건 긍정적이지만 제도적으로 스토킹처벌법으로 피해자 구제 범위나 적용 사례 등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잡혀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시민의 반응에서 가늠되듯 스토킹 신고는 크게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7일 0시까지 약 한 달 동안 해당 법 적용으로 신고된 사례는 총 2887건, 일평균 약 103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관련 신고가 총 6939건, 일평균 24건 접수됐던 것과 비교해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한 것 자체에 대해선 의미를 두면서도 여전히 법안을 촘촘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고, 무엇보다 경찰이 개입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를 마련한 점에선 의미가 있다”며 “스토킹 행위와 범죄를 구분해 행위가 반복될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세련된 입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행위가 반복돼 범죄가 되는 것은 형사법 이론으로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된다면 그건 반복성과 무관하게 처벌을 해야 할 부분이지 행위가 반복될 때만 문제가 된다는 건 상정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신고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피해자에게 필요한 법이었다는 걸 보여 주는 결과”라며 “앞으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빼고, 협소한 스토킹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스토킹 개념이 직접 가거나 도달하는 쪽에 맞춰 있다 보니 온라인 스토킹, 해킹 등에는 적용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며 “보충규정 마련을 통해 계속 늘어나는 스토킹 유형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스토킹처벌법에 대한 한계점을 인지해 법 개정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추후 법 개정 과정에서 스토킹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할 것”이라며 “국회에 발의돼 있는 반의사불벌죄 폐지안이나 여성가족부가 준비하는 피해자보호법 등도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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