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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위드 코로나’에서 ‘오버 코로나’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완전한 정상으로의 회복이라고 부르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간의 뼈를 깍는 노력과 헌신으로 통제 가능한 수준을 의미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았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코로나에 대응해 의료 현장 최전방에서 헌신과 희생으로 묵묵히 소임을 다한 의료진의 노력이 없었다면 위드 코로나는 공염불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 의료기관의 비상식적인 일탈로 의료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퇴색되고 실망을 지나쳐 비난의 화살의 표적이 되는 것은 실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에도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백내장수술 건수는 유독 증가했는데 40~60대 연령에서 2016년 대비 약 71%나 증가했고 수술 연령층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백내장은 노령층에서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인데 이렇게 갑자기 별다른 이유 없이 백내장수술이 계속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누구든 궁금할 수밖에 없다. 지인을 통해 물어보니 일부 의료기관에서 백내장수술을 거쳐 다초점렌즈삽입술을 하면 고액의 비급여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어 일부 특정 안과를 중심으로 이 수술이 늘어난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조심스레 추측하는 것을 들었다.

일부 의료기관의 도를 넘어선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9월에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한 포럼에서 의사들에게 과잉 진료나 비급여에 연연하지 말고 의료계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대한정맥학회에서 일부 회원이 실손의료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무조건 수술을 유도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고가의 하지정맥류 치료를 강요하는 회원은 제명하겠다는 윤리강령을 선포하는 등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일반국민에게 각 의료기관의 비급여진료비 항목의 가격을 비교해서 알려주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을 전국의 6만2000개의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전폭적으로 확대했다고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누구든 심평원 홈페이지에만 들어가면 우리 동네 의원이 청구하는 비급여 MRI비용이 다른 병원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이 자신들의 비급여 가격 정보데이터가 외부로 나가는 것을 반대해 심평원이 종전에 오픈 API 형태로 외부 민간기관에 개방해왔던 공개 대상 정보를 차단했다고 한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관의 의료비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 속에 환자가 의료비를 합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진료를 받기 전에 병원별로 비급여진료비를 비교해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비교 기능은 심평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이나 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사회에서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인에 대한 존경심은 숭고하리만큼 크고 이는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유지돼왔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오로지 국민의 건강권 회복을 위해 극한의 노력을 한 대다수 의료진의 진심과 헌신이 일부 의료기관의 일탈로 훼손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의료계 스스로 일부 의료기관의 문제점을 자정하기 위해 합리적인 진료 기준을 마련하고 스스로의 계도 노력을 통해 일부 의료기관의 일탈로 전체가 비난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 당국과 금융 당국도 위드 코로나에 이르기까지 헌신해온 의료계의 희생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한편, 의료계도 국민이 보내는 신뢰와 존경을 잃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위드 코로나’를 넘어 ‘오버 코로나’시대를 더 빨리 맞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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