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하우스 인사이트] 일상 회복에도 한국 증시가 부진한 이유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SK증권 제공]

11월부터 코로나19에 따른 방역이 완화되며 일상 회복 1단계가 시작됐다. 거의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2주 단위의 방역 대책에 지친 국민들과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 입장에서 볼 때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다. 여전히 하루 2천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중증 환자 수도 늘고 있지만, 높은 백신 접종률과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속도가 다소 느려지더라도 일상 회복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코로나19로부터의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당초 기대와 달리 국내 증시는 오히려 부진한 모습이다. 특히 4분기 들어서는 미국 증시의 빠른 상승과 다른 주요국 증시의 탄탄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는 덜 오르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등 디커플링이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올해 들어서만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85조원 이상을 순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왜 일상 회복과 미국 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는 부진할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우리 증시를 상대적으로 더 오르게 만들었던 프리미엄의 소멸로 판단된다. 경쟁력 있는 제조업과 전염병에 따른 변화된 소비 패턴, 그리고 상대적 우위를 보였던 방역이 만들어 낸 프리미엄은, 올해 하반기 들면서 병목 현상, 원자재 가격 상승, 소비 패턴의 변화 등 제조업을 옥죄는 환경, 그리고 K-방역이라는 평가에 흠집을 내고 있는 큰 규모의 신규 확진자 수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모습을 보면 국내 증시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에 선행하며 더 큰 폭의 등락을 나타냈던 과거의 모습으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되는데, 이번에는 생산 비용의 급증이 낙폭을 더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금융 긴축 기조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대출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더해지면서 가계의 압박은 만만찮게 커진 상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를 상회한다던가, 2금융권 대출금리가 은행대출 금리를 밑도는 경우가 생겨 금감원이 모니터링에 나선다는 소식마저 들려오고 있다. 위험/수익 구조의 왜곡이다. 그리고 이러한 금리구조 왜곡은 정책당국의 긴축 의지가 상당하며, 실제로 가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당연히,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고 강한 긴축은 증시를 비롯한 위험자산 가격에 긍정적일 수 없다.

여기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 후보들이 내 놓고 있는 경제 정책 역시 시장에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미 대규모의 지원금에 대한 여당의 검토가 시작된 상황이고, 빠르면 내년 중반 이후부터 재정적자 규모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런가 하면 부동산 관련 세제 논란도 문제다. 증세일지 감세일지 모를 불확실성에 대상자의 범위도 크게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내수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시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탄탄한 편이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기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기 역시 부동산발 경제 충격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10월 수출증가율이 또다시 20%를 넘어선 것은 기업들의 높은 경쟁력과 미약하나마 되살아나고 있는 글로벌 경기 상황 때문이다. 또한 국내 증시가 일방적으로 하락하지 않고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결국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실적 전망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으로의 복귀와 함께 변화되고 있는 소비 패턴, 먼저 시작된 긴축,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공약 경쟁, 부동산 시장의 불안 등은 국내 증시가 추세적으로 오르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임을 시사한다. 즉, 새로운 소비 환경 하에서 내수 기업들이 내년에 선전을 보일 것이라는 믿음이 생길 때까지, 긴축 속도가 가계와 기업의 경제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될 때까지, 그리고 대선을 둘러싼 공약 경쟁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우리 시장은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여전히 방어적인 증시 투자 전략이 유리한 시기다.

jin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