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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받고도 음식 왜 안와!” 오리발, 신종 배달거지에 쿠팡 골머리
[123rf]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손님이 직접 배달음식 받으셨고, 저도 얼굴 보고 ‘맛있게 드세요’ 했죠. 근데 30분 뒤에 고객이 음식을 못 받았다며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오네요.”

배달음식을 전달받고도 못 받은 척 음식값을 환불받는 고객, 이른바 ‘배달 거지’로 쿠팡이츠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대면 배달이 일상화 돼 있을 때에는 배달기사가 문 앞에서 인증 사진을 촬영하도록 해 배달 거지 문제를 해결했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직접 배달을 수령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오리발을 내미는 고객들이 생겨났다는 평가다.

17일 경기 지역에서 쿠팡이츠 앱을 통해 배달하고 있다는 A씨 제보에 따르면, A씨는 전날 ‘비대면 배달’을 요청한 고객 B씨의 집으로 배달을 갔다. 고객 요청대로 고객의 집 앞에 음식을 내려놓으려던 찰나 B씨가 직접 문을 열고 나와 음식을 받았고, A씨는 B씨와 인사를 주고받은 뒤 다음 배달을 수행했다.

그러다 30분쯤 뒤 A씨는 쿠팡이츠 고객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고객이 음식을 받지 못했다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전화였다. A씨는 “사진 찍기 전에 고객이 음식을 들고 갔으니 당연히 클레임은 없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센터에서는 ‘기사가 사진 찍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얘기해 황당했다”고 전했다.

A씨의 주장을 전해 들은 동료 배달기사들은 “쿠팡거지다” “나도 비슷한 수법에 당했다” “항상 액션캠 달고 증거를 남겨야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동·호수를 잘못 찾아가 엉뚱한 고객에게 전달한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A씨는 “정확히 확인했고, 지하주차장에서 호출한 뒤 집 앞에서 음식을 전달했다”고 했다.

배달기사들은 ‘배달을 받지 못 했다’며 오리발을 내미는 고객들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액션캠’을 구비하기도 한다. 사진은 액션캠을 구매하려는 한 이용자의 문의글. [네이버카페 ‘배달세상’ 캡처]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는 ‘진상’ 배달 고객들의 사례는 사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배달이 일상화하면서부터 꾸준히 회자됐다. 고객이 일부러 다른 주소에 배달을 시킨 뒤, 몰래 다른 집 문 앞에 놓여있는 음식을 가져다 먹고는 배달앱에 환불을 요청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 앞에 전달한 음식은 사라졌고, 고객은 ‘못 받았다’고 주장한다면 기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변상을 해야 한다.

이에 쿠팡이츠는 지난 4월, 고객이 ‘직접 수령’을 따로 요청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사들이 배달 완료 후 자연스럽게 인증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앱 시스템을 개선했다. 고객이 오리발을 내밀더라도, 정확한 동·호수 앞에 전달했다는 증거를 제시해 억울하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쿠팡이츠는 지난 4월, 고객이 ‘직접 수령’을 따로 요청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사들이 배달 완료 후 자연스럽게 인증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앱 시스템을 개선했다. [쿠팡이츠 안내 문자 캡처]

하지만 사진촬영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은 고객이 ‘사진을 남겨달라’고 요청했을 때 뿐이다. 고객이 직접 수령을 요청한 경우엔 대부분의 기사들이 인증 사진을 남기지 않는데, 이같은 허점을 이용해 공짜로 음식을 먹으려는 고객이 최근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게 기사들의 진단이다.

얌체 고객은 쿠팡이츠입장에서도 골칫거리다. 배달을 무사히 마쳤다는 증거를 먼저 제시하지 못했다고 모든 변상 책임을 기사들에게 돌리게 되면 기사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그렇다고 고객 불만이 접수된 모든 건을 플랫폼이 직접 책임질 수도 없다.

배달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입장에선 배달 사고 처리 과정에서 고객이든 라이더든 한쪽으로부터는 불만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며 “기사에게 적극적인 책임 입증을 부탁하고, 자주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에게는 경고를 남기는 정도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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