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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맹점 수수료 내리라면서 高수수료 카드만 쓴 정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반대, 적격비용 재산정제도 폐지 등을 촉구하는 카드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정부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면서 카드사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정부는 공용구매카드로 수수료가 낮은 직불카드 대신 99% 이상 신용카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적격비용 재산정 발표를 앞두고 17일 카드·캐피탈사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갖는데, 사실상 수수료 인하 방침을 통보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2022년도 예산안 검토보고서(정연호 수석전문위원)에 따르면 통계청 보유 정부구매카드(8월 현재) 총 1698개 중 1687개(99.4%)가 신용카드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불카드는 11개(0.6%)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 국고금관리법(제24조)에 따르면 중앙관서장 및 공무원은 관서운영경비 지출로 정부구매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신용카드, 직불카드 및 직불전자지급수단 중 택하도록 돼 있다. 원래는 정부구매카드론 신용카드만 쓸 수 있었는데 2016년 법 개정으로 직불카드·직불전자지급수단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2018년 직불형 정부구매카드 출시 기념을 개최, 직불형 정부구매카드가 전 부처 확산될 수 있도록 교육·홍보를 강화하고 시스템을 지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영세가맹점(연매출액 3억원 이하)의 직불카드 수수료율은 0.5%로 신용카드(0.8%)에 비해 0.3%포인트 가량 낮다. 연매출 5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의 경우 직불카드와 신용카드의 수수료율은 각각 1.0%, 1.3%다. 10억원 이하 가맹점(1.1%, 1.4%), 30억원 이하 가맹점(1.3%, 1.6%)도 모두 0.3%포인트씩 차이가 난다.

정부는 그동안 영세·중소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구매카드로 직불카드 사용을 권장해 왔는데, 실제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연호 위원은 “신용카드와 직불카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할부가능 및 예금잔액 여부인데, 통계청이 정부업무카드를 할부로 사용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고 관서운영경비가 국고통장에 분기별로 교부되고 있어 이용한도가 예금잔액이 아닌 신용한도에 기초한 신용카드를 더 선호할 이유가 적다”며 “직불카드는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 부담을 완화시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직불형 정부구매카드 사용을 적극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업은 수수료 기반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카드 의무수납제를 법(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카드사 신규 인가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국가로부터 수수료를 통한 고정수익을 상당부분 보장받고 있는 셈이다. 대신 수수료를 카드 회원에 전가하는 것을 금지한다. 결국 수수료는 모두 가맹점 부담이다.

가맹점의 수수료에 대한 합리적 조절을 위해 정부는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조항을 여신금융업 감독규정에 적시해, 재평가된 원가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2018년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2019년 가맹점 수수료가 내려갔다. 3년이 지난 올해 재산정 주기가 다시 도래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그동안 적격비용이 줄곧 내리기만 했고, 이미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는 게 카드사들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정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고리대’란 따가운 시선에도 현금서비스(단기대출), 카드론(장기대출) 등을 통한 대출자산 몸집을 키워왔고 이에 따른 이자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3분기 신한카드의 이자수익은 1조3474억원으로 수수료수익(3484억원)의 네 배 가까이 된다. 자칫 차입배율 축소 등으로 대출 규제 타격을 입느니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 인하 감내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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