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 많은 5만원권은 ‘금고 속으로’
3분기 환수율 16% ‘역대 최저’
인플레·경기침체 불확실성 고조
작년 금고 제조업 매출 2배 늘어

5만원권이 발행된 2009년 이후 5만원권 환수율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 현금을 쌓아둘수 있는 금고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현금 자체를 보유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가치 변동성 속에 유일한 안전자산은 현금밖에 없다는 심리가 팽창해 있다는 얘기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5만원권 환수율은 16.1%로 지난 2009년 5만원권 발행 이후 가장 낮은 환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 60.1%를 찍었던 환수율은 지난해 24.2%까지 떨어졌다.

화폐 환수율이란 특정 기간 한국은행이 발행한 화폐 액수 대비 다시 한은으로 돌아온 화폐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컨대 올해 환수율만 따지면 5만원권으로 발행된 1000만원 가운데 160만원 정도만 한은으로 돌아왔고, 나머지 840만원은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셈이다.

올해 들어 화폐 환수율이 급감한 이유는 투자 수익률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심리와 더불어 자산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초저금리 기조, 계속되는 부동산 규제 등으로 투자처를 잃은 개인의 현금 보유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향후 산업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향후 자금난을 대비해 현금을 내부에 쌓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금이 기업과 개인 주머니에 쌓이고 있는 상황은 금고 판매량이 방증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국세청·통계청 등에서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고 제조업의 매출 과세표준은 2566억2100만 원으로 전년의 1273억1200만 원과 비교해 101.56% 증가했다. 최고액권 화폐의 축재 수단 등의 용도로 사금고 판매량이 급증한 셈이다.

낮은 환수율은 지하경제 활성화 우려를 낳는다.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조세회피용 현금보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제 전체적으로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화폐가 시중에서 유통되고 다시 한국은행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자금 흐름이 월활하지 않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양 의원은 “회수되지 않는 5만원권과 급증한 금 판매량은 금고 안에 쌓여 지하경제를 키워가고 있을 수 있다”며 “5만원 권이 지하경제에 흘러가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주장했다.

한편 5만원권이 처음 발행된 2009년 이후 올해 3분기까지 발행된 5만원권은 총 256조6670억원이고, 이 가운데 116조4082억원이 회수됐다. 약 140조원이 환수되지 않은 셈이다.

5만원권 100장을 쌓은 높이가 1.1㎝인 점을 고려하면 환수되지 않은 5만원권의 높이는 에베레스트산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5만원권을 이어 붙이면 경부고속도로를 519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이승환 기자

nic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