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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연기된 전원주택의 꿈

몇년 후 정년 퇴임을 앞두고 강원도 평창에 작은 전원주택을 지어 귀촌을 준비하려던 한 친구는 그 꿈을 잠시 접어야 했다. 가슴에 부풀었던 몇년 동안의 구상과 설계 작업을 마치고 드디어 올가을 주택을 착공하려 했으나 재료비와 인건비가 모두 올랐기 때문이었다. 특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목재 가격이 2~3배로 치솟으며 전체 공사비가 30% 이상 뛰었다는 것이었다. 안식년을 이용해 집을 지으려 했던 그 친구는 가격이 언제 안정될지 몰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긴 한숨은 내쉬었다.

도대체 목재 가격이 어떻길래 하는 생각에 자료를 찾아보았다. 가히 놀랄 만했다. 국제 원목가격의 기준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원목선물은 코로나 이전에만 해도 1000보드피트(bf)당 350~400달러에 거래됐으나 이후 급등해 올 5월엔 1700달러로 5배 가까이 뛰기도 했다. 이후 크게 하락했지만 현재 540달러 선으로, 코로나 이전 5년 평균(356달러)보다 50% 이상 급등한 상태였다. 코로나 이후 원목 공급량 감소와 세계적인 부동산 열풍, 해상물류 차질 등이 복합돼 나타난 결과였다.

한국은행의 수입물가 통계를 보니 올 10월 원목 수입가격은 1년 전보다 35.0% 급등했다. 시카고 원목선물은 미국·캐나다 등 북미와 북유럽 원목을 기준으로 형성되지만, 국내에 수입되는 원목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산 등을 포함돼 다양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폭에 차이가 난다. 캐나다와 미국산 목재를 주로 사용하는 전원주택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이 코로나 청정지역인 강원도 평창의 전원주택 꿈을 일시적으로 접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는 경제의 글로벌화가 가져온 현상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경제의 마비 우려를 낳은 요소수 사태도 마찬가지다. 이는 특히 ‘베이징에서의 나비 날갯짓이 뉴욕의 폭풍을 몰고온다’는 이른바 ‘나비효과’의 전형적 사례다. 요소수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이지만, 그 기저에는 중국의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에 따른 중국의 전력난이 있고, 또 그 아래에는 호주가 미국 주도의 안보협의체인 쿼드에 가입한 데 따른 중국의 보복, 그리고 미중 패권전쟁이 있다.

우리경제의 글로벌화와 대외의존도가 높다 보니 이런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입품목 1만2586개 가운데 특정국가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3분의 1인 3941개, 중국산 수입 비중 80% 이상 품목이 1850개에 이른다. 나비효과를 일으킬 요인도 미중 패권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갈등, 자원과 핵심 부품 및 식량의 무기화, 탄소중립 등 다양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때문에 이런 리스크 및 공급망 관리가 경제 안정의 필수 요소다. 정부와 관련 기관 및 업종 단체 등은 정밀한 모니터링과 정보 공유 시스템을 통해 징후 발생 시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고성능 슈퍼컴퓨터나 인공지능(AI)을 통한 전략자원 관리시스템을 구축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 수입선 다변화와 최소한의 국내 공급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나라 경제 전체는 물론 평창의 전원주택 꿈 같은 일반 국민들 가정 경제의 안정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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