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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마스크와 요소수

‘2일 오후 2시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농협 하나로마트. 대기표를 받고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하던 사람과 뒤늦게 판매 시간에 맞춰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끼리 시비가 붙었다. 뒤늦게 온 사람들이 “오후 2시에 판다고 하고 대기표를 미리 나눠 주면 어떻게 하느냐”며 농협 직원들에게 항의하는 사이에 이미 대기표를 받고 마스크를 구매한 사람들이 합세한 것이다.’

지난해 3월 4일 본지에 실린 ‘마스크 줄서다 고성·주먹다짐...판매처 경찰 경비 요청도’라는 제목의 기사 중 일부다. 당시를 떠올리니 마스크 한 장 사는 것이 전쟁이었다. 당시 기자도 점심시간을 쪼개 마스크를 판다는 하나로마트와 우체국 앞으로 가 판매 시간에 맞춰 줄을 섰던 기억이 난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개념도 낯설던 시절이었다. 하나로마트마다, 우체국마다 사람들은 다닥다닥 붙은 채 길게 늘어서서 마스크를 사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나마도 마스크 수량이 제한돼 있어 마스크 판매처들은 은행처럼 번호표를 나눠줬다. 하지만 “새치기 하지 마”, “번호표 받은 사람도 아닌데, 왜” 등 고성과 함께 실랑이가 빚어졌다.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도 출동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흥분했을까. 마스크는 바로 생명이기 때문이었다.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떠돌아 다닌다’는 우려 속에 몸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마스크 한 장밖에 없었던 현실 탓이었다. 정부가 ‘수출 문’을 잠그지 않는 등 수요 예측을 잘못해 수급 관리에 실패하면서, 마스크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이 ‘문제’를 키웠다. 불과 두 달 전이었던 같은 해 초 500원 남짓 하던 KF94 마스크 한 장이 10배인 5000원으로 올랐다. 그야말로 ‘마스크 대란’이었다.

그렇게 1년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이후 정부의 대응은 달라졌을까. 최근 불거진 중국발 ‘요소수 대란’을 보면 왠지 모를 기시감이 느껴져 답답하다. 2015년 국내 배기가스 배출 규제인 ‘유로6’가 적용된 이후 등록된 경유차는 승용차·화물차 모두 선택적 환원 촉매 장치(SCR)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SCR에 들어가는 필수품이 요소수다. SCR 때문에 요소수가 없으면 차는 움직이지 못한다.

요소수 대란은 호주와 중국 간 ‘석탄 분쟁’이 단초가 됐다.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뒤 중국 내 석탄 공급량이 부족해졌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지난달 11일 갑자기 요소 수출을 중단했다. 중국은 석탄을 원료로 요소를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관련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거의 모든 요소를 중국에서 수입해 요소수를 만들기 때문이다. 꼼짝없이 요소수에 발목이 잡힌 꼴이 됐다.

하지만 정부는 요소수에 대한 대처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다. 외교부가 관련 상황을 인지하면서 정부에 전파한 시점이 지난달 21일이다. 수출 규제가 시작된 지 10일이나 지나서였다. 청와대 차원의 발표에서 ‘요소수’가 명시된 것도 이달 4일이었다. 요소수 ‘수입 길’이 막힌 지 한 달 가까이 된 시점이었다.

정부는 부랴부랴 해외 여기저기에서 요소수를 들여왔다고 했지만, 요소수를 구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전국 거점 주유소 100곳에 갖다 놓았다는 요소수를 찾아 헤매는 화물차들의 모습을 보면 지난해 3월 마스크를 찾아 다니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혼란을 도대체 언제까지 국민이 겪어야 할까.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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