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멋·맛·흥 관동풍류의 길...우리 함께 놀아보세
한국문화재재단 유산방문캠페인 재개
낙산사·홍련암·경포호·무릉계 명승·보물
신이 빚은 듯한 ‘블루라군’ 해안절벽 힐링
북쪽으로 해파랑길 고성~삼척 ‘낭만가도’
남쪽 99칸 선교장·죽서루 관동팔경 위용
제철맞은 방어·도루묵...여행 묘미 더해
유네스코무형유산 대목장이 지은 관동제일루 죽서루. 관동팔경 누각중 유일한 보물이다.
선교장 안마당 한복 청춘들의 타이머셀카놀이.
고성~강릉 코리안 블루라군 중 경포해변과 경포호.
산 위의 배, 국가 명승 정동진 아침풍경. 인문학적 힐링이 더해지는 문화유산방문길은 몸과 마음이 더 분주하고 알차다.
11월 하순부터 동해안은 도루묵, 양미리 제철이다.

“햐~ 좋다. 참 잘해놨네”

낙산사 의상대 누각에 올라선 MZ세대 아들과 손녀가 셀카놀이를 하는 동안, 60대 액티브 시니어가 늦가을 짙푸른 바다를 굽어보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지방의 어르신들은 신(神)이 빚은 자연 경승도 “잘 해놨다”고 한다.

의상대사가 국태민안을 기도하던 중 계시를 받아 낙산사를 짓게 된 모태, 홍련암까지 걷는 동안에도 대가족들의 웃음은 끊이지 않는다.

우리가 품은 세계유산과 국보, 보물, 명승들을 여행길로 엮은 문화유산방문캠페인(문화재청·한국문화재재단) 여행 행렬도 위드코로나와 함께 재개됐다. 올해 추가된 ‘관동풍류의 길’ 중 낙산사 주차장은 지난 11일 평일임에도 꽉 차서 안내요원들이 겹치기 주차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산위의 배’ 정동진도, 서피비치도, 무릉 스카이글라이더도 우리의 문화유산과 어울려 한껏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제철 맞은 방어, 도루묵, 양미리의 구수한 냄새는 관동풍류 멋·맛·흥을 배가시킨다.

▶유산방문 힐링도 국가 보물, 낙산엔 BTS성지도=명승이자 사적인 낙산사는 ▷칠층석탑 ▷건칠관음보살좌상 ▷해수관음 공중 사리 등 보물도 많지만, 국민들에게 ‘물멍’과 힐링이라는 보물까지 안긴다. 원통보전 앞에는 3층짜리를 세조가 크게 높인 칠층석탑이 있다. 기단부의 겹연꽃 무늬가 국태민안 기원 의지가 두배임을 느끼게 한다.

2005년 이곳 오봉산에 화마가 덮쳤지만 김홍도의 ‘낙산사도’와 각종 문헌을 기반으로 원형에 더 가까운 모습을 탄생시켰다. 수험생 엄마는 이모 같은 해수관음상 앞에서 손소독제를 바른 뒤 조심스럽게 동종에 다가가 ‘댕~~’하며 자녀의 심신안정을 희구했다.

해변으로 나오자가 마자 반가운 조각상을 만난다. 방탄소년단(BTS)의 뷔(V)가 놀러왔다가 오줌싸게 소년을 흉내내며 인증샷을 찍은 곳이다. 뷔가 지난해 초 개인여행한 이 곳은 방탄성지가 되었고, 어제도 오늘도 남녀노소 아미의 흉내내기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었다.

낙산사를 떠나 바다와 동행하는 추억의 7번국도는 문체부·한국관광공사의 해파랑길 북쪽코스와 동행한다. 강원도가 오래전부터 ‘낭만가도(고성~삼척)’라고 했던 곳이고, 이제는 문화재청-한국문화재재단이 최근 지정한 유산방문캠페인 10코스 중 ‘관동풍류의 길’이다.

▶명승의 연속, 코리아 블루라군의 매력도= 이 일대 국보로는, 양양 진전사지 삼층석탑, 평창 월정사 팔각구층탑, 석조보살좌상, 상원사 동종, 목조문수동자좌상, 중창권선문,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이, 국가 명승으로는 낙산사, 홍련암, 경포호, 무릉계, 환선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목장이 만든 죽서루 등이 이어져 있다.

‘코리안 블루라군(석호)’도 볼거리다. 화친포-송지호-광포호-영랑호-청초호-포매호-향호-경포호 등 해안절벽의 철벽수비를 뚫고 낮은 지역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 들었다가 눌러 앉은 라군들이 연쇄적으로 나타나 경승을 빚어낸다.

낙산을 지나 강릉으로 남행하는 동안, 바다 기암괴석 절벽 위에 놓인 하조대, 바닷물에 반쯤 잠긴 ‘누워부처’가 나오고, 청춘 남녀들이 추운 줄도 모르고 보드 위 모험을 즐기는 서피비치를 지난다.

‘관동풍류의 길’ 남쪽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목장 고(故) 배회환 선생이 향원정, 한국의집과 함께 근사하게 단장한 삼척 죽서루와 동해 무릉계곡 명승, 한복-한식에 이어 글로벌 한국유산 방문캠페인 한옥 테마 촬영지인 강릉 선교장 등이 있다.

▶선교장 안마당서 무궁화꽃이..=선교장은 효령대군 11세손인 가선대부 무경 이내번이 18세기 처음 지었다. 시루봉에서 뻗은 안온한 구릉과 울울창창 송림을 배산(背山) 삼고, 경포호와 연결된 지천 임수(臨水)로 두어 착상했다. 최고양반가 고택의 포맷을 따르지 않고 자연 지형에 따라 99칸을 두었기에 더욱 편안한 느낌이다.

안마당에서 현재 방콕 한복판에서 상영되고 있는 한옥홍보영상 중 ‘오징어게임-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장면도 찍었다.

초입부터 문화유산방문캠페인을 알리는 한국문화재재단의 대형 곰풍선 ‘VISIT’가 반기는데, 창덕궁 후원 부용정을 연상케하는 활래정을 호위한다. 마루가 연못 안으로 들어가는 자연친화적 구조는 강인한 돌기둥이 있기에 가능하다. 예나 지금이나 주객이 다실정담하는 곳이다.

활래정이 정원 속 열린공간이라면 내부 전각의 중심은 선교장 사랑채 열화당이다. 열화당은 반듯한 12칸 건물로 툇마루 앞엔 햇빛과 빗방울을 막도록 서양식 차양이 있다. 개화기 이곳에 머물던 러시아인들이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만들어줬다.

선교장 인근엔 경포대누각과 경포호엔 8경이 있다. 세조는 “바다에는 갈매기, 호수에는 철새들이 쌍쌍이 날고, 천병만마 늘어선 송림 사이로 거니는 선남선녀의 모습이 그림 같구나”라고 노래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핫플레이스의 풍경은 마찬가지인 듯 하다.

▶송강의 죽서루 연정과 무릉 별유천지= 송강 정철은 관동팔경 5곳을 둘러본 뒤 여섯 번째 죽서루에 이르러 감정이 극에 달한다. ‘오십천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니, (성군이 계신) 한강의 목멱(남산)에 닿이고저. 회포도 크고, 나그네 시름을 둘데 없다. 신선의 뗏목을 띄워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고려때 처음 지어진 죽서루는 궁궐 전각 만큼이나 크다. 정면 7칸 측면 2칸, 겹처마에 팔작지붕이다. 1층엔 자연지형에 맞춰 길이가 모두 다른 17개의 기둥이, 2층에는 20개의 기둥이 있다. 지금 이곳에선 겨울이 코앞인데 야외 꽃장식 전시가 진행중이다.

여행지에서의 한 잔은 송강의 객고를 잊게 한다. 하룻밤을 묵고 이웃 동해시의 국가 명승 무릉계에 들렀는데, 호암소, 무릉반석, 쌍폭, 베틀바위등 스테디셀러 외에 ‘산중 해운대’로 불리는 무릉협곡·마천루 길이 열렸다. 그 근처엔 국민에게 반납된 석회석 채석장에 두 개의 큰 호수가 생겨 무릉 별유천지라는 국민 놀이터로 거듭났다. 국토건설 시멘트 제조의 임무를 마친 에메랄드 호수공원엔 국내 최초 스카이글라이더, 오프로드 루지, 롤러코스터형 집라인이 생겼다. 때마침 16일 준공식을 가졌다. 너무 놀았다 싶으면 한섬해변 터널에서 멜랑꼴리를 입는다.

유산방문은 인문학 힐링까지 더해 강원도 여행을 더욱 두툼하게 한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국보가 가장 많은 평창 월정사·상원사도 정밀탐험했어야 했고 화진포라군의 이승만·김일성 별장도 들렀어야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관동 풍류는 한번에 다 흡입하지 못하거니와, 남겨두는 맛도 있어야, 또 가고 싶어진다. 유산풍류객 이즈백(is back) 할 터이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