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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위드 코로나와 만난 연말…월요일부터 술취해 ‘해롱해롱’
위드 코로나 보름째…연말 모임 탓에 월요일부터 북적대
일주일째 확진자 2000명 돌파, 위증증 환자 500명 앞둬
“활기 회복 좋지만 한 번에 이렇게 제한 풀 줄이야” 염려도
“젊은층도 사망자 될 수…너무 폭넓게 완화한 것 아닌가”

지난 15일 오후 9시30분께 서울 종로구의 한 거리의 모습. 월요일임에도 포장마차와 거리에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된 지 보름째 되던 날 밤. 서울 종로구 종각젊음의거리 등 주요 먹자골목은 월요일임에도 늦게까지 모임을 갖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위드 코로나로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완화되면서 거리에는 6~7명 단위의 무리들이 쉽게 보였다. 지난 15일 오후 9시께 친구들끼리 나온 것으로 보이는 8명은 “1시간에 3만원이래”라는 대화를 주고 받으며 노래방 가격을 물어보며 갈 곳을 찾기도 했다. 길과 맞닿아 있는 한 주점에서는 테이블을 둘러싼 손님들이 소주잔을 들고 ‘모임 인증 샷’을 찍는 풍경도 목격됐다.

반가운 자리에 어깨동무를 하거나 거리에서 휘청거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년 가까이 유행하면서 매장 입구에서 QR코드를 찍고 발열 체크를 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나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담배를 피는 사람 곁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를 하는 사람, 밖에서 쉴 때에도 마스크를 쓰는 직원들이 있는 반면, ‘노마스크 상태’로 마주 보며 바깥에서 대화하는 무리들도 보였다.

오후 10시30분이 넘어가자 인근 중구 무교동 먹자골목 쪽 포장마차에서 술자리를 하려는 시민들이 몰렸다. 천막 안에 밀집해 앉아 있는 모습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아깐 자리 있었는데 금방 차 버렸네”라며 만석이라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들도 쉽게 발견됐다. 밖에서는 소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오후 11시가 넘자 길가에 모여 춤을 추는 취객, 어깨 동무를 하며 귀가하는 행렬, 토사물을 쏟아내는 시민도 나왔다.

일본식 술집에서 일하는 A씨는 거리가 활기를 찾게 돼 좋지만 한편으로는 확진자가 급증할까 우려했다. A씨는 “오늘 월요일인데도, 코로나가 없던 2년 전 평일보다 장사가 더 잘 되는 느낌이 들 정도”라며 “정부가 사실 한 번에 식당들이 24시간 영업하도록 제한을 풀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 사이에서 ‘지금이 만날 기회다’라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은데 손님이 없던 10월보다야 낫지만 다시 위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까 겁도 난다”고 덧붙였다.

위드 코로나 시행 보름째였던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종각젊음의거리의 시민들 모습. 김희량 기자

꽃집을 운영하는 70대 B씨는 지난달에는 오후 9시가 넘으면 사람들이 사라져 장사를 접었지만 이달 들어 끝나는 시간이 1~2시간 늘어났다고 했다. B씨는 “사람들이 ‘집에 있으나 나오나 걸릴 사람은 걸린다’고 생각해 조심하면서도 이제는 나오는 거 같다. 위드 코로나 이후로 특히 주말 장사가 할 만하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 정도로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말에는 종로 쪽 심야 버스는 줄이 너무 길어 그전 정류장까지 걸어가서 탈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위드 코로나로 상권은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안심할 때는 아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는 이달 6일 411명을 돌파한 뒤 역대 최대치인 500명에 근접,16일 0시 기준 495명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2125명(국내 2110명·해외 15명)으로 일주일째 2000명을 돌파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높아졌다는 건 최근 확진자 증가로 재택 치료가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초기 치료가 사실상 안 되고 있다는 얘기”라며 “중증이 되면 이미 늦기 때문에 전담병원 이송 전이나 폐렴이 오기 전 경증 때 항체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사망자 중 30대도 25명이나 된다. 젊은 층들은 자기 일이 되지 않으란 법이 없으니 계속 주의가 필요하다”며 “단계적으로 천천히 제한을 푼 게 아니라 위드 코로나로 너무 폭 넓게 제한을 완화한 부분에 대해선 정부로서는 고심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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