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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플랫폼 비즈니스 규제, 소비자의 목소리를 중시해야
김성숙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ㆍ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회장)
김성숙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회장)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플랫폼 비즈니스 규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강력한 플랫폼 규제를 통해 개발자, 창작자, 소비자 등의 시장 참여자를 보호하고 과도한 경쟁이나 불공정 행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규제당국의 의견과 이런 규제가 오히려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과 소비자 편의성을 약화시킨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플랫폼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각종 이익단체들도 가세해 목소리를 내며 일견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플랫폼 규제에 있어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소비자 후생을 그들의 주요 논거로 앞세우고 있다.

플랫폼 규제를 통해 소비자 후생을 증진할 수 있다는 입장과 과도한 플랫폼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 후생을 위한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작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제 소비자의 편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나 규제 여부에 따라 소비자가 겪게 될 영향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등은 논의의 핵심에서 빠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날 소비자들이 관심사에 따라 파편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특정 아젠다에 대한 관여 주체로 기능하기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간과되기 쉬우나, 플랫폼 산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그들이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생태계 참여자이자 플랫폼 규제 논의의 핵심 주체라는 점은 명백하다. 이 때문에 플랫폼 생태계를 둘러싼 모든 논의에서 실질적인 소비자 편익과 그들이 받게 될 영향에 대한 우선적인 고려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앱마켓 사업자가 인앱결제를 포함한 특정 결제 수단을 앱 개발자에게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계 최초로 앱마켓 사업자의 의무를 법률로 규정하고 플랫폼 생태계 참여자의 후생을 증진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이 소비자의 실질적인 편익을 높이는 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제 앱마켓 플랫폼은 인앱결제를 포함한 다양한 결제 시스템을 소비자에게 보장하게 됐으나, 여전히 앱마켓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앱결제를 통한 결제안전성과 환불 절차 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경영경제 연구기관이 발표한 플랫폼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80% 이상의 소비자가 ‘인앱결제 내역 및 결제수단 관련 정보 관리’에 있어 개별 앱의 별도 결제시스템보다 앱마켓 결제 시스템을 통해 통합 관리되는 것을 선호한다고 대답했다. 개별 앱의 별도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 통일되지 않은 결제 환경과 환불 및 취소 절차, 개인정보 및 결제 정보 유출 등에 대해 예상되는 소비자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거대 플랫폼과 같은 앱마켓사업자의 경우 다양한 결제시스템을 함께 도입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높이는 것은 소비자후생에 기여할 것이다. 반면 중소규모의 앱마켓사업자의 경우 안전하고 안정적인 있는 통합결제시스템의 도입은 이용자인 소비자의 신뢰성과 편의성을 증진할 수 있어 소비자의 후생에 더 기여할 수 있다.

한편 70% 이상의 소비자가 앱마켓 통합결제 시스템 이용의 장점으로 ‘통일된 결제 환경 및 계정 연동’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해당 결제 시스템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실질적 편익이 분명히 존재함을 의미한다. 앱마켓의 통합결제 시스템이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입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앱마켓이 모든 앱의 결제 수단 변경 및 구독 취소 등을 지원하는 단일화된 창구로 기능한다는 역할을 분명하게 약관을 통해 공지한다면 소비자의 신뢰성은 더욱 높아진다.

또한,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나 대한의사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플랫폼 스타트업 로톡과 강남언니 이슈도 플랫폼 규제에 대한 논의에서 정작 소비자 편익이 제외된 중요한 사례다. 현재 법률 및 의료 분야의 광고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플랫폼 사업자와 이를 플랫폼의 시장잠식 행위로 본 변협 및 의협이 첨예한 갈등을 빚으며 이해 당사자 집단이 규제당국에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실질적 생태계 참여자에 대한 고려나 규제당국의 생산적인 중재 없이 플랫폼 규제 논의가 이해 당사자 집단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춰지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정보 비대칭으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 어려웠던 법률이나 의료 분야에서 로톡이나 강남언니와 같은 플랫폼이 전문 영역의 문턱을 낮추고 소비자 편의를 향상시키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사실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 생태계를 의미하며, 플랫폼의 시장 경쟁력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과 선호로부터 나온다.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산업계나 규제당국의 논의에 있어서도,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닌 소비자를 포함해 시장 참여자 전체의 후생을 대변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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