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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나 리스크는 잠복해 있다
요소수 급한 불 껐지만…
국내 마그네슘 99%가 중국산
中 의존도 80% 이상 1850개
‘제2·3 요소수’ 사태 우려도

우리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요소수 품귀현상의 급한 불을 일단 끄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차이나 리스크’가 잠복 악재로 남아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요소처럼 중국 의존도가 80%를 넘는 품목이 우리나라 전체 수입 품목의 약 15%에 달해 미중 패권전쟁과 공급망 혼란 여파에 따라 언제든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산업계에선 벌써부터 마그네슘 공급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11일 정부는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요소와 요소수의 수급 안정화를 위해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요소·요소수 수입·판매업자는 당일 수입·사용·판매량과 재고량 등을 매일 다음날 정오까지 신고해야 하고, 향후 두 달간 예상 수입량도 신고해야 한다. 요소수 판매처는 주유소로 한정된다. 승용차는 1대당 한번에 최대 10ℓ까지 구매 가능하며 화물·승합차, 건설기계, 농기계 등은 최대 30ℓ까지 구매할 수 있다. ▶관련기사 3면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앞서 계약했던 요소 1만8700t을 확보하면서 석 달 가량의 시간을 벌고, 이번 수급조정조치를 통해 국내 요소와 요소수 수급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중국 내 요소 재고가 5년만의 최대치 수준인 83만3000t(4일 기준)까지 늘어나면서 꽉 막혔던 국내 기업들의 요소 수입도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정밀화학 등 국내 요소수 제조업체들도 멈췄던 소매용 요소수(3.5ℓ, 10ℓ) 생산라인에 대한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요소수 품귀사태는 진화되는 모습이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잠복 중인 중국발 리스크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가 수입한 품목 1만2586개 중 특정국 의존도가 80%이상인 품목은 3941개이며, 중국 의존도가 80%가 넘는 수입 품목은 1850개로 무려 47%에 달한다. 현재 산업계가 걱정하는 품목은 마그네슘이다. 우리가 쓰는 마그네슘의 99%는 중국산이지만, 중국 내 전력난으로 마그네슘 생산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이 탓에 올해 7월 중순 t당 1만9000위안(약 352만원)이던 마그네슘 가격은 9월 기준 7만위안(약 1297만원)까지 치솟았다. 만약 요소처럼 중국산 마그네슘 공급이 끊기면 지난해 2월 현실화됐던 중국발 부품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 당시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업계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통합배선 장치인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을 구하지 못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부 라인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마그네슘잉곳은 자동차 차체와 시트 프레임, 항공기 부품 제작에 쓰인다.

이 외에 반도체·고강도 철강 생산에 쓰이는 산화텅스텐(94.7%), 2차전지 핵심소재 수산화리튬(83.5%), 전자제품 소형화·경량화에 필요한 네오디뮴 영구자석(86.2%) 등도 언제 중국발 품귀현상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품목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스 사태와 와이어링 하니스에 이어 이번 요소수 사태를 거울 삼아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와 부품 등의 공급망을 점검하고 대비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요소처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품목의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문제”라며 “글로벌 분업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국내에서 모든 품목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중국 등 특정국에만 의존할 경우 가격으로도 공급을 조절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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