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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 총량규제, 이미 정부 관리범위 ‘이탈’
가계대출 증가율 ‘6.9%’ 도달
시중은행 심사강화 풍선효과
지방은행·인뱅으로 고객 몰려
전 금융권 증가율도 6% 상회
내년 목표치 달성 회의론 대두

정부가 올해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대(6.9%) 안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지난달 목표 상한선인 6.9%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대출심사 강화를 통해 대체로 정부 목표치 준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비교적 규제 강도가 느슨한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큰 폭의 여신 증가가 발생하면서 전체 증가율을 끌어올렸다. 2금융을 포함한 전금융권 증가율도 6%를 넘긴 가운데 올해보다 축소된 내년도 목표치(4~5%대) 달성을 두고 벌써부터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된다.

11일 한국은행의 ‘10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체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7조9000억원을 기록, 전월대비 5조2000억원(0.5%) 증가했다. 작년말(988조8000억원) 대비론 69조1000억원(6.9%) 확대되면서 11월 중 7%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11~12월에 10월 정도 대출이 늘어날 경우 연 증가율은 8%를 돌파하게 된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 여신전문사 등 2금융의 가계대출도 올해 32조4000억원이 늘었는데, 이를 포함한 전 금융권에서 총 101조4000억원 규모로 대출이 증가했다. 한은의 작년말 가계신용(신용판매 제외) 잔액(1632조원)을 기준으로 올해 상승률을 계산해보면 6.2%가 나온다. 금융권 전체로도 임계수준에 거의 다다른 상황이다.

5대은행(KB·신한·하나·우리·NH)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보면 10월까지 NH농협은행을 제외하곤 4~5%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정부가 4분기 신규 전세대출분은 총량에서 제외해준다고 했기 때문에 조정 기준으론 이보단 더 낮아져 4개 은행은 연말까지 7% 미만에서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7%를 넘어 대출 규모를 지속 줄이고 있는 농협만 연말까지 6%대로 떨어뜨릴 수 있을지 관건이다.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방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미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의 9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60조2597억원으로 작년말 대비 9.7%(5조3237억원) 증가했다. 전북만 같은 기간 4.4% 감소했고, 나머지 은행들(부산 13.3%, 경남 16.5%, 대구 8.2%, 광주 7.5%)은 모두 규제 수준을 큰 폭 상회하고 있다.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60% 이상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하고, 지역 실수요자들을 포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차원에서 시중은행과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진 않는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엄격한 관리에 들어간 것에 비교해 지나치게 가파른 상승률을 보이고 있어 지방은행들도 대출 중단 등의 비상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가계대출 규모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뱅크(이하 카뱅)의 실적자료에 따르면 카뱅의 3분기말 현재 여신 잔액 규모는 25조원이다. 작년말(20조3000억원)보다 23.2%(4조7000억원) 증가했다. 케이뱅크도 상반기 기준 여신 잔액이 5조1000억원을 기록, 지난해 12월말보다 70.2%(2조1000억원)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의 대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임에 따라 연 증가율은 100%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4~5%대로 잡고 있다. 가계부채와 국내총생산(GDP·명목기준)과의 격차(GDP갭)가 코로나19 이전 평균(2.7%포인트)에 근접하게 한다는 목표 하에 이 범위에서 설정됐다.

그러나 올해 증가율의 절반 정도라 준수 가능성이 높지 않단 지적이 나오고, 실제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GDP갭을 유지하려면 목표치를 더 내려야할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최근 월보단 줄었지만 2017~2019년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강화된 규제에도 주택 매매 등의 자금 수요는 여전히 많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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