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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민들 “1월까진 비료 공급 정상화돼야…요소 상황도 심각혀”
요소 없으면 농사 못 짓는다…농계 우려 심화
농기계 및 농산물 수급 운송비 부담도 늘어나는 상황
농민 “필요한 만큼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공급될지가 관건”
농식품부 “올해 말과 내년 2월까지 필요한 양 두배 가까이 확보”
11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원내동 진잠농협 본점에서 농협 관계자가 요소비료 재고량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요소가 없응께 요소수가 없는 거지. ‘요소’ 없으면 농사도 못 지어”

중국발(發) 요소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농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대형 트랙터 등 농기계에 운행에 필요한 요소수뿐만 아니라 요소로 만든 비료를 구하고 있지 못해서다. 요소는 농업용 화학 비료의 핵심 성분이다.

1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농민들은 요소 부족으로 수확을 못하거나 농산물 운송비 부담이 늘어날까 걱정하고 있다. 다행히 농번기가 지난 시기여서 요소 대란의 여파가 농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진 않고 있지만 내년 1월까지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 농업계 전반에 큰 차질을 빚으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농업계에 따르면 미나리 농가에 현재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겨울 작물에 해당하는 미나리는 논에서 주로 수경재배를 하는데 이때 질소 등 양분이 결핍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요소를 공급해야 한다. 이 ‘요소 처방’을 제때 하지 않으면 미나리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된다.

미나리 주요 생산지인 전남 나주에서 농가를 운영하는 김흥님 씨는 “미나리는 지금이 모든 영양분을 축적하고 딱 클 무렵인데 지금 요소 처방 못하면 미나리가 정상적으로 자라질 못한다”며 “상품성이 없으면 결국 다 버려야 되는데 돈을 얼마나 줘도 요소를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인건비도 올라 안 그래도 힘든 상황”이라며 “먹거리부터 운송까지 국민 모두가 다 연결된 문제다. ‘나는 비료 안 쓰니 상관 없겠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요소 문제가 해결 안 되면 모두 다 죽는다는 생각으로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농가들은 농협 등에서 구입 양을 제한한 탓에 알음알음 내년에 쓸 비료를 미리 확보하거나 주변 농가들끼리 도와가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 해남에서 벼농사를 하는 A씨는 “요소는 복합비료에도 들어가는데 25㎏짜리 복합비료 1포를 우리는 400포 정도 쓴다”며 “며칠 전에 막차를 타는 느낌으로 40포 정도를 겨우 구했다. 비료 공장이나 대리점에 물어봐도 출하를 안 한다 그러고 모든 비료가 품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늦어도 내년 1월엔 비료 공급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김성보 전남 나주시 노안면농민회 부회장은 “봄 농사 준비가 본격화되는 1월부터는 농협창고나 일반 비료공급업체에 비료들이 확실히 들어와 있어야 한다”며 “그게 안 되면 내년 모든 곡식 생산량은 예측불허가 되고 식량 대란이 온다. 미국 등 농업 강대국에서 수입을 해서 먹거리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상태가 오지 않겠느냐”며 우려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현장에선 불안 심리가 강하다. 모든 논밭에 비료들이 필요 양만큼 정상 공급되어질 지가 관건”이라며 “정부에서 응급처치식으로 공급했지만 필요한 만큼 제대로 공급이 안 되면 농가들은 생산비용이 안 맞고 부담이 전가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요소수도 구하기 어려워져 농민들의 운송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전남 강진에서 서울로 가는 1톤 트럭당 20만~30만원을 더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농부 김흥님씨는 “요소수가 없으니 집하장에서 원래 2~3대로 가야될 걸 한 대로 줄여서 보내고 있다”며 “짐을 채울 수 있는 한 가득히 실어서 보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급과 비료 가격 안정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 정책위원장은 “마늘, 양파, 보리 등 당장 겨울 농사에 추가비료(웃거름)를 줘야 하는 농가들은 정말 급하다. 비료 공급 대책과 함께 다른 비료들 값도 오르지 않게 가격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장철도 다가오는 상황에서 농산물 수송에 차질을 빚을까 농민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한탄했다.

전국적으로 요소 제품 품귀 현상이 이어지는 지난 10일 오후 강원 춘천시 우두동의 한 비료 판매업체에서 업주가 얼마 남지 않은 요소 비료를 정리하고 있다. 업주에 따르면 현재 창고에는 요소 비료 4포대가 남아 있으며 이마저 농민들이 이날 모두 사갈 예정이다. 이날 인근 농협에는 요소 비료가 모두 동났다. [연합]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 비료·요소수 필요 농기계 상황 점검 회의를 진행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말까지 필요한 요소비료 1만8000t에 두배 가까운 3만5000t의 비료 완제품을 확보한 상태”라며 “내년 1월에서 2월까지 필요한 예상 수요량인 4만4000t보다 두배 이상 많은 9만5000t도 확보됐다”고 밝힌 상태다.

농식품부는 올해 말까지 필요한 제주 및 남부지역의 동계 작물 재배용 요소 및 복합비료 수요(1만8000t 내외)에 대해 농협과 비료회사과 협의를 통해 특별공급 방안을 마련키로 협의했다. 또 내년 226만톤의 유기질비료를 공급해 대체비료 사용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농식품부는 “11월 중에 비료 생산업체가 중국 외 중동국가(바레인, 카타르, 사우디 등)에서 요소비료를 수입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하는 등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업체별 원료계약 실적, 도입시기 등을 주기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비료 수급대책 TF’를 운영에 들어간다. TF에서는 향후 무기질비료 원자재 수급 상황·비료 수요 및 공급 상황 등을 점검하고 유기질비료 사용 확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김현수 장관은 “농협은 불필요한 가수요 관리를 강화하고 농업인들께서도 실제 필요한 물량만을 구매함으로써 불필요한 가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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