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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서울대 연구진이 증명했다
佛브리야사바랭 저서 ‘미식예찬’ 속 문장
박승범 교수팀, 면역체계-음식물 관계 규명 성공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초석 될 것”
랑스의 법관이자 미식가였던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의 저서 ‘미식예찬’.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프랑스의 법관이자 미식가였던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은 1825년 저서 ‘미식예찬’을 통해 다음과 같은 문장을 남겼다.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겠다.”

그의 말을 약 200년 후 한국의 한 연구진이 증명해 냈다. 서울대 연구진이 음식 섭취로 생성되는 공생미생물총(마이크로바이옴)과 인간 면역 체계의 관계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공생미생물총은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과 이들의 유전적 정보를 총칭하는 용어로, ‘장내 미생물 균총’, ‘장내 세균총’ 등으로도 불린다. 공생미생물총이 숙주의 면역 발달에 중요하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이것이 만든 대사물질이 어떤 방식으로 인체 면역에 영향을 끼치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생체(호스트·숙주)-공생미생물총-영양소(음식)와 상관관계를 보여 주는 그림. [서울대 제공]

11일 서울대에 따르면 박승범 서울대 화학부 교수팀은 하버드 의학전문대학원·호주 모나쉬대 연구팀 등과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인간의 장에서 발견되는 공생미생물 종인 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bacteroides fragilis)가 생성하는 면역 관련 대사물질 ‘BfaGC’의 작용 방식을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인간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숙주(인체)-공생미생물총-영양소(음식물) 간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BfaGC의 분자 모양은 인간이 음식을 통해 얻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가지사슬 아미노산’에 의해 조절된다. BfaGC의 분자 모양이 가지 형태로 뻗는 ‘가지화’에 해당 아미노산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가지사슬 아미노산은 발린, 류신, 아이소류신 등 3가지 아미노산을 의미한다. 유제품, 육류, 콩류, 생선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가지사슬 아미노산이 부족하면 BfaGC의 가지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데, 이 경우 면역세포인 ‘자연 살해(NK) T세포’의 수가 늘어난다. T세포는 과거 경험한 병원균을 기억해 다음에 같은 병원균에 노출됐을 때 면역계가 신속하게 반응하도록 한다.

즉 인간이 섭취한 가지사슬 아미노산이 BfaGC의 가지화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T세포의 수가 조절되면서 면역체계가 조정되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가지사슬 아미노산 과잉으로 BfaGC의 가지화가 지나치게 되면 T세포의 수가 너무 적어져 면역 반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며 “반대로 아미노산 부족으로 가지화가 잘 일어나지 않으면 T세포가 많아져 염증 등 면역 관련 질환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사바랭의 유명한 문장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10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박승범 서울대 화학부 교수. [서울대 제공]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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