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 주택공급, 재정혁신, 투명경영 등 6가지 제시
청문특위 SH사장 적임자 맞나 송곳 검증 나서
김헌동 SH공사 사장 후보자가 10일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라이브 캡처]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인 ‘반값 아파트’를 넉넉하게 공급해, 주택 매입 초기 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
김헌동(66)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10일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양질의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가격 안정에 동참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후보자는 정책소견 발표에서 ▷양질의 주택공급 확대 등을 위해 노력 ▷주택공급 전담기관으로서 역량 강화 ▷신기술발굴과 기술 표준화에 앞장 ▷지속 발전을 위해 중장기 재정 및 조직혁신 추진 ▷기관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제고 ▷투명한 정보공개로 열린 경영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집 값 안정을 위해선 여러가지 정책 실행이 필요하다”고 운을 뗀 그는 양질의 주택을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꾸준히 공급해 시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을 첫 번째로 들었다. 이를 위해 “작은 규모 택지는 물론 공공 보유 토지, 공기업 이전 토지, 민간 비업무용 토지 등을 조사해 서울 전 지역에 빈 땅을 찾아 토지를 비축하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시장 때 시도된 ‘반값 아파트’ 옹호론자인 그는 역세권에 업무와 주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미래형 건축물 건설을 추진하고, 동시에 청년과 미래세대를 위한 반값 아파트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정과 보조를 맞춰 공공 참여형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 등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구조 혁신도 강조했다. 그는 “공공주택의 손실 중 비중이 큰 감가상각비용 처리방식 등에 대해 검토하겠다”며 “적자와 관련, 지방공기업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서울시, 전문가 등과 협의기구를 만들고 공사의 중장기 재정혁신을 이루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사사업의 재검토, 사업구조의 재편, 인력 재배치를 예고했다.
김 후보는 LH공사 임직원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 대장동 개발에서 뇌물 수수의혹을 언급하며, “SH는 개발사업 투기금지, 부당이득 전면 환수, 투기자 강력처벌을 통해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혁신 의지를 밝혔다. 그는 “부패유발 시스템 개혁, 재산등록실시 등의 투기 예방시스템을 구축하고, 청렴 교육을 통해 청렴 의식을 강화하겠다. 각종 공모사업, 매입임대주택 등의 사업자 선정과 가격의 결정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활동 시절에 분양 원가 공개를 주창해 온 그는 “과거 2007년부터 약 5년 동안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개한 분양 원가와 분양가는 다른 공기업과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에 영향을 주었다. 이로 인해 서울지역의 아파트값 거품이 제거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오세훈 시장 시절을 호평했다.
그는 “과거 10년간 아파트 건설 원가 등 시민이 요구하는 자료들을 인터넷 등 열린 공간에 시민 눈높이에 맞게 가공해 상시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신기술 확산과 표준화를 위해 건설방식과 시공기법을 다양화하며, 공사 기간을 단축할 새 공법이 현장에서 적용되도록 힘쓰고, 각종 시범사업을 추진해 사업에 적용된 모든 공법과 기술, 사용 재료와 자재 등 상세 내용을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공개하겠다 했다.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됐다.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장상기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시의원 14명과 국민의힘 시의원 1명 등 모두 15명의 특위 위원들은 김 후보의 소통능력, 경영능력과 정책수행력에 대해 ‘송곳 검증’에 나섰다.
시의회가 서울시에 제출하는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에서 부적합 의견을 내도 법적 구속력은 없어 오 시장은 인사 청문 결과와 관계없이 김 후보자를 임명하게 된다.
SH공사는 김세용 전 사장이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퇴임한 이후 7개월 넘게 공석이다. 첫 사장 후보자였던 김현아 전 국회의원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4주택자 논란’이 불거지며 자진 사퇴했고, 2차 임추위 심사에서 김헌동 후보가 낙마하고 추천된 인사들은 오 시장이 부적격 처리했다. 이후 김헌동 후보가 3차 공모에 나서 인원 구성이 같은 임추위 심사에서 1순위로 추천됐다.
김헌동 사장 후보자는 부동산 시장 전문가이자 개혁가로 꼽힌다. 1992년 쌍용건설에 입사해 부장 퇴직한 뒤 2000년부터 시민 운동에 뛰어 들었다. 200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2019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강도높게 비판해왔다.
오세훈 시장과의 별난 인연은 없다. 다만 김 후보가 정동영 의원 보좌관이던 시절에 낸 보도자료에서 오 시장의 부동산 정책을 호평한 것을 눈여겨 본 오 시장이 야인 시절 ‘오세훈TV’에 그를 초청하면서 안면을 튼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4월 보궐선거를 거쳐 시청에 재입성한 오 시장이 김 후보로부터 부동산 관련 정책 자문을 구했고, SH사장 후보 공모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론가인 그에게 실천을 맡긴 것이다. 현 정부 최대 실책인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 온 시민단체 인사를 거대 공기업 수장에 앉힘으로써, 경영능력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수를 선택한 셈이다.
〈아래는 김헌동 후보의 정책 소견 전문〉
존경하는 장상기 위원장님 그리고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후보자 김헌동입니다. 저는 오늘 사장 후보자로서 경영능력과 자질에 대한 검증을 받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먼저 바쁜 의정활동에도 불구하고, 검증을 위한 위원님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서울시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향상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사장 후보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서울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겸손한 자세로 인사청문회에 임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여러 위원님, 저는 사장 후보자로서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청렴하고 역량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 천만 서울시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주거복지 향상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정책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양질의 주택 공급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책의 실행이 필요합니다. 우선 양질의 주택이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꾸준히 공급되어야 시민들의 불안이 해소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주택용지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합니다. 서울 시내 대규모 택지의 확보는 쉽지 않지만, 택지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습니다. 작은 규모 택지는 물론 공공 보유 토지, 공기업 이전 토지, 민간의 비업무용 토지 등을 조사하겠습니다. 서울 전 지역에 빈 땅을 찾아 토지를 비축하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시의 미래계획에 따라 추진하는 도시개발과 도심 활성화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재개발, 재건축에도 적극 참여 하겠습니다.
주택가격 안정에 동참하겠습니다. 역세권에는 업무와 주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미래형 건축물이 건설되도록 추진하고 청년과 미래세대를 위한 공공주택 확대에 힘쓰겠습니다. 교통 여건이 양호한 역세권 등에 양질의 주택을 꾸준하게 공급하겠습니다. 또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인 ‘반값아파트’도 넉넉하게 공급하여, 주택 매입 초기 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주택공급 전담기관으로서 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의 기본적인 역할은 천만 서울시민을 위해 안정적인 주택 공급과 관리를 통하여 시민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주거복지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주택가격 안정 등 주거 문제에 빠르게 대응하고 실행력을 높여 서울시 주택정책의 실행기관으로서의 역량을 보다 강화하겠습니다.
그동안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서울지역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을 담당해왔으나, 내부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여 도심의 다양한 택지 발굴은 물론, 공공 참여형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 등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또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중앙정부 및 다른 지방의 공기업보다 더 질 좋은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여 천만 서울시민과 미래세대를 위한 도시개발에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100년 이상 사용 가능한 양질의 주택이 공급되도록 설계와 감리 강화 등 사업관리능력을 강화하고 주택공급·관리능력을 배양하여 우수 공기업으로 발돋움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신기술발굴과 기술 표준화에 앞장서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거공간은 단순한 거주가 아닌 근무 공간, 여가 공간으로서의 복합공간 등 새로운 주거의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 주택은 친환경 기술과 정보통신기술 등이 결합되고 다기능을 수행하는 주거로 변화할 것입니다.
공사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주택의 품질과 수명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도 원가를 절감하고, 거주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겠습니다. 설계단계의 경쟁과 심사를 선진화하여 오류를 최소화하고, 정밀 시공 방법 등을 통한 공법 자료의 축적과 제시 등으로 주택의 질을 높이겠습니다. 시공단계 감리를 정상화하여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부실시공의 여지를 없애 하자를 최소화하겠습니다. 민간기업과 기술자의 보유기술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시스템화하겠습니다.
공사가 채택한 각종 민간 공법과 기술을 표준화하고 건설방식과 시공기법을 다양화하며, 공사 기간을 단축할 새 공법이 현장에서 적용되고, 이를 민간에 보급하겠습니다. 따라서 각종 시범사업을 추진하여 사업에 적용된 모든 공법과 기술, 사용 재료와 자재 등 상세 내용을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공개하겠습니다.
넷째, 지속 발전을 위해 중장기 재정 및 조직혁신을 추진하겠습니다.
지난 10년 대규모 개발을 통한 공공택지의 확보보다는 이미 확보했던 택지를 매각, 매입주택 물량을 늘리는 등의 사업추진으로 인해 현재 활용 가능한 택지가 부족합니다. 공공(임대)주택은 건설과정뿐 아니라 운영에도 비용 부담이 많아 향후 공사의 안정적인 주거복지사업을 위해서는 재정구조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우선 공공주택의 손실 중 비중이 큰 감가상각비용 처리방식 등에 대해 검토하겠습니다. 적자와 관련, 지방공기업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서울시, 전문가 등과 협의기구를 만들고 공사의 중장기 재정혁신을 이루어 나가겠습니다. 또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전반적인 사업을 꼼꼼하게 재검토하고 장기적으로 공사가 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새로 정립하겠습니다.
현재의 사업구조와 조직구조로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공사사업의 재검토, 사업구조의 재편,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시민 요구와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시민의 공기업으로 전환하여 공사의 설립목적인 ‘시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향상’을 구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섯째, 기관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제고 하겠습니다.
올해 초 LH공사 임직원 등이 내부 개발정보를 이용하여 부동산 투기했던 사실이 공개되어 수사 중이고, 대장동 개발처럼 공기업 임원이 뇌물 등의 의혹으로 구속 수사를 받는 등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추락하였습니다.
국민 모두와 시민단체는 공공기관에 대해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추락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시급합니다. 공기업의 주인인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공기업의 존립 기반마저도 무너질 수 있다는 엄혹한 상황입니다. 임직원들과 함께 실질적인 청렴조직을 만들어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겠습니다.
우선, 개발사업 투기금지, 부당이득 전면 환수, 투기자 강력처벌을 통해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원천 차단하겠습니다. 부패유발 시스템 개혁, 재산등록실시 등의 투기 예방시스템을 구축하고, 청렴 교육을 통해 청렴 의식을 강화겠습니다. 각종 공모사업, 매입임대주택 등의 사업자 선정과 가격의 결정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하여 서울주택도시공사를 공공기관 중 가장 청렴한 조직, 시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조직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여섯째, 투명한 정보공개로 열린 경영을 하겠습니다.
과거 2007년부터 약 5년 동안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개한 분양 원가와 분양가는 다른 공기업과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에 영향을 주었고, 이로 인해 서울지역의 아파트값 거품이 제거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분양 원가의 투명한 공개와 공시는 중요합니다. 반복되는 대외기관 자료요구에 대비하여 과거 10년간 아파트 건설 원가 등 시민이 요구하는 자료들을 인터넷 등 열린 공간에 상시 공개하겠습니다. 현재 공사가 보유 중인 공공주택의 유형별, 소재지별, 평형별 실태를 시민 누구나 알기 쉽도록 정리하여 공개하겠습니다. 아파트 가격 정보와 보유주택에 관한 여러 통계를 시민 눈높이에 맞게 가공하여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추진하겠습니다. 시민이 필요한 자료를 공개하여 시민이 주인인 열린 공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아무쪼록 오늘 위원님들의 애정 어린 지적과 조언을 가슴에 깊이 새겨 앞으로 업무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위원님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협조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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