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 휴대폰 판매점이 밀집된 한 대형 상가. 스마트폰 지원금을 묻는 한 고객의 질문에 판매 직원이 대답 대신 계산기에 숫자를 찍어 보여준다. 계산기에 찍힌 숫자만큼 불법 지원금을 실어주겠다는 ‘신호’다. 유통 현장의 불법 보조금을 신고하는 이른바 ‘폰파라치’의 녹음을 피하기 위해, 유통 현장에서 만연하게 나타나는 꼼수다.
한때 최대 연 2000만원까지 지급됐던 ‘이동전화 불공정행위에 대한 신고포상제(폰파라치)’가 오는 15일 종료된다. 갈수록 음성적으로 진화하는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더욱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폰파라치 제도는 지난 2013년 스마트폰 유통 현장의 공정 경쟁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불법 보조금 등을 신고하면 이에 대한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통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자체적으로 운영해왔다.
한때는 연 2회, 건 당 최대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원해 최대 연 2000만원까지 포상금을 받는 것도 가능했다. 이 때문에 취업 준비생, 무직자 등이 전업으로 폰파라치에 뛰어들기도 했다.
신고 제도를 악용하는 악성 폰파라치의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제도 시행 중 신고 횟수를 연 1회를 제한했다. 이를 다시 연 1회에서 연 3회로 늘리는 대신 건당 지원금 최대 지급액을 10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였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한시적으로 최대 포상금을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췄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9월까지 지급된 신고 포상금은 120억5487만원으로, 연평균 약 27억원 안팎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폰파라치 운영을 중단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 제도의 실효성 문제 때문이다.
최근에는 불법 보조금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가면서 유통 현장에서 불법 보조금에 대한 적발 실효성이 떨어진 상태다.
코로나19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시장 자체가 가라 앉았다. 시장 침체로 고충이 심해지고 있는 유통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의 추가지원금이 15%에서 30%로 확대를 앞두고 있어, 지원금이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상된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추가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최대 15%까지 지원되는 것으로, 낮은 추가지원금이 오히려 불법 보조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추가지원금을 3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폰파라치 운영 중단과 함께 유통 현장에 남아있는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더욱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불법 보조금 살포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등 달라진 시장 상황에 맞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많이 침체돼 있는 상태라 폰파라치 제도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폰파라치가 없어지더라도 시장 모니터링을 지속해 불법 행위에 대한 자정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