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ℓ 한통 1~3일이면 동나···이미 운행 중단한 장비들 속출”
10만원 넘게 치솟아···81% “요소수 직접 구매”
“대책 마련할 때까지 청와대·국회에 건설기계 세워 놓을 것”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 도중 요소수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책 촉구를 요구하고자 조합원들이 요소수 박스를 짓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영철 기자 |
[헤럴드경제=강승연·김영철 기자] 덤프트럭, 레미콘, 굴삭기 등 건설기계 조종사들이 ‘요소수 대란’과 관련, 9일 “빠르면 일주일, 평균 12일 안에 보유한 요소수가 바닥날 것”이라며 정부의 공급 대책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기계 요소수 폭등사태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요소수 공급 해결 ▷요소수 매점매석 규제·처벌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이 정지된 건설기계 노동자 구제방안 마련 등을 요구 했다.
이날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정부의 요소수 대책 촉구를 위해 기자회견 도중 조합원들이 나서 요소수 박스를 짓밟는 등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굴삭기 조종사인 김일남 씨는 “건설기계 27개 기종은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장비지만 곧 멈춰설 위기”라며 “저번 주부터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멈춘 장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수는 비축 물자에 빠져 있고 요소수 생산 공장은 벌써 10여 년 전에 없어졌다”며 “정부가 요소수를 줄 때까지 청와대에, 국회에 건설기계 장비를 들여놓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레미콘 조종사인 김봉현 씨는 “요소수 가격은 생산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기존엔 대략 7000~8000원에 거래됐다”며 “현재 시중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최대 5~10배까지 뛰어 부르는 게 값이다. 레미콘 차량으로 먹고 사는 우리 노동자들에게 요소수 대란은 생명 위협과도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태 심각성 못 깨닫고 아직까지 요소수 대란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며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을 비롯한 모든 기계가 안 멈추도록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건설노조는 7~8일 이틀간 조합원 2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응답자들은 요소수를 더 구하지 못할 경우, 남은 요소수로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기간을 평균 12일로 내다봤다. 늦어도 보름 뒤에는 건설기계차량이 요소수가 없어 운행을 멈출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운행 중단을 경험한 조종사도 32.4%나 됐다.
요소수 품귀로 조종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폭등한 가격에 요소수를 구매하고 있었다. 과거 1만원 이하가 대부분(85.8%)이었던 10ℓ짜리 요소수 한 통을 최근에는 1만원 이상에 샀다는 응답자가 81.4%였다. 10만원 이상에 구매했다는 응답자도 6.3%였다.
69.2%는 10ℓ들이 한 통을 1~3일 이내 소진하고, 한 달 평균 12~13통을 쓰는 만큼 상당한 부담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응답자의 81.8%는 직접 요소수를 구매하고 있었고, 회사나 현장에서 지급된다는 응답은 15.4%에 그쳤다. 이 때문에 해외 직구를 시도한다는 응답도 43.5%로 나타났다.
건설노조는 “특수고용직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대부분 요소수, 기름값도 본인이 구매해야 한다. 요소수가 없으면 일을 못하지만 구할 수 없어 주유소, 대리점마다 찾아다니고 해외 직구까지 시도하고 있지만, 열에 셋은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일을 못했다”며 요소수 공급 해결을 촉구했다.
아울러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배기가스 규제 정책을 충실히 따랐다. 이제 겨우 5~6년 지났는데, 요소수 품귀라니 현장에선 ‘정부가 국민을 봉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이 없을 시 투쟁을 가시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