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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급수입에 軍비축물량 합해도 ‘부족’…장기화 우려 점증[글로벌 공급망 차질 초비상]

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진 4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한 요소수 제조업체 앞에서 한 트럭 운전사가 '요소수 판매가 무기한 중단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을 본 뒤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는 요소수 제조 원료가 바닥나 요소수를 더는 판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중국발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이다. 이달 말 요소 재고량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이번 주 안에 호주에서 요소수 2만ℓ를 수입하는 동시에 군 비축물량까지 민간에 공급한다는 방침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으면 요소수발 물류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요소수를 구하지 못할 경우 화물차 뿐 아니라 노선버스 40%가량의 운행이 중단되고 농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호주 이외 베트남 등 요소 생산국가로부터 요소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기존 대책은 기존 환경기준에 발목을 잡힌 상태다.

8일 정부 관련부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요소 물량은 이달 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요소수 시장의 과반을 점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이 이달 말까지 요소수 생산이 가능한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고, 다른 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한 상태다. 이달 중 12월 사용할 요소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물류대란은 현실이 되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을 팀장으로 하는 ‘요소수 대응 TF’를 구성하고, 이번 주 호주에서 요소수 2만ℓ를 군 수송기로 들여오기로 했다. 또, 중국, 호주 등 주요 요소·요소수 생산국으로부터 물량을 신속 도입하는 한편 베트남 등 요소 생산국가와도 연내 수천t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군이 비축한 요소수 물량 중 일부도 민간에 방출키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호주서 들여오는 요소수 2만ℓ는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라고 본다. 실제 2만ℓ는 군 수송기 한 대분이다. 국내 최대 요소수 생산업체인 롯데정밀화학이 연간 생산하는 요소수는 14만t 규모로 이 물량이 시장의 과반을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2만ℓ는 겨우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 그친다. 이러다보니 요소수 품귀 장기화에 대한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시중에 요소수 공급이 완정 중단될 경우 화물차 운행 중단 뿐 아니라 대중교통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국 노선버스 5만대 중 요소수가 필요한 디젤버스는 2만여대로 특히 고속버스는 1800여대 중 700여대, 시외버스는 5800여대 중 4000여대가 디젤이다.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농촌현장도 요소수 품귀현상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 사립유치원은 90% 이상 디젤 승합차로 원생들의 통학차량으로 이용하고 있고, 농촌지역도 트랙터 등 상당수 농기계가 디젤로 가동되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지난 주말에는 요소수가 없어 소방차가 긴급출동을 하지 못할까 우려한 이들이 경남 김해, 강원 춘천, 인천 송도 등의 소방서에 요소수를 두고 가는 사례도 나왔다.

정부의 늑장 대응이 요소수 품귀를 더욱 부추겼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8일 0시를 기해 연말까지 요소·요소수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고시를 발표했다. 요소수 제조·수입·판매업자와 요소 수입업자를 대상으로 조사 당일 기준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보다 10%를 초과해 보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요소수 가격 급등에 수요자들이 너도나도 물량을 사들인 상황이어서 고시가 한발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마련 중인 재고량 파악, 판매량 제한, 판매처 지정 등 수급 안정을 위한 ‘긴급수급조정조치’ 고시도 마찬가지다. 특히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환경 기준에 발목을 잡힌 상태다. 환경부는 지난 4일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 요소수로 제조해 사용할 수 있는지 검토를 거쳐 11월 셋째 주 초 그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산업용과 차량용이 환경에 미치는 법적 기준이 다르다”라며 “법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철강과 화력발전, 시멘트 업계 등이 보유하고 있는 산업용 요소수 재고 자체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정부는 중장기 대책으로 국내 요소 생산설비 확보 방안 추진, 조달청 전략비축 등 장기 수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또 요소수 없이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대체 촉매제 개발, 요소수 대체재인 암모니아수를 활용할 수 있는 시설 확대 등으로 수요 관리도 병행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소수 품귀 현상은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과는 달리 기술적인 문제에서 비화된 문제가 아닌 가격경쟁력에 따른 문제인 만큼 요소와 같은 필수 품목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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