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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렙 공무원, 시장의 한가운데로...글로벌 ‘톱5 거래소’ 담금질 [피플 & 스토리-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취임 후 코스피 3000·코스닥 1000 돌파
코스닥 상장사 1500개시대 개막 등 성과
쿠팡 미국 상장에 한국증시 위기론 ‘스멀’
적극 소통으로 유니콘 기업 국내증시 유치
‘아픈 손가락 코스닥’ 경쟁력 제고 목표
시장체계 개편 ‘프리미엄 세그먼트’ 추진
코스피 3000포인트, 코스닥지수 1000포인트 돌파 등 자본시장의 새 역사가 쓰여진 올 해 한국거래소의 수장 첫해를 보낸 손병두 이사장은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접어든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를 그리는 데 여념이 없다. 기업의 성장 동력 제공과 국민의 재산 증식의 플랫폼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여 자본시장의 TOP5 거래소를 만들어 내고자 그는 오늘도 적극적인 소통과 혁신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상섭 기자

‘밸런스(balance)’.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만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균형’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다. 공정한 자본시장을 위해 기울어진 부분을 바로잡으려 하고, 민간 기관임에도 공공 기관이라는 고정 관념을 외면하지 않는다. 만렙((萬 level·최고레벨) 공무원에서 민간 기업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자본시장의 플랫폼인 거래소의 변화와 혁신에 그는 이미 적잖은 족적을 남기고 있다.

▶거래소는 민·관의 접점...“2020년 역사의 현장에 있어 영광”=한국거래소는 명백한 민간법인이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거래소를 민간 기업으로 보지 않는다. 손 이사장은 거래소의 이같은 정체성을 “30년 넘게 정부미 먹다가 이제 일반미 먹게 됐다고 얘기하는데 완전히 일반미는 아닌 것 같고 섞어서 혼합미 정도 같다”고 정의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오랜 공직 생활을 한 후 거래소 이사장직을 맡은 것을 재치 있게 표현한 대목이다. 정부 당국과 시장 모두와 협업해야 하는 접점에 위치한 거래소의 특수성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는 손 이사장은 보수적이고 조심스러운 문화를 지닌 거래소의 진중함과 시장 참가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추구하는 적극성을 조화하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업무에 임한다.

손 이사장은 취임 후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 코스닥지수 1000포인트 돌파, 코스닥 상장사 1500개 시대 개막, 상장지수펀드(ETF) 500종목 상장 등 굵직한 이정표를 지나왔다. 그는 “자본시장의 역사적인 순간들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코로나19 경제 위기 속에서 확인한 우리 자본시장의 저력과 위기를 이겨낸 경험이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금이 한국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의 전환기’라 진단한다. 가파르게 늘어난 개인 투자자의 양적인 성장 뿐 아니라 보유 자산 가운데 금융 자산의 비중이 높아지는 일대 변혁기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그는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투자자들이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게 자신의 소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회원사들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공개 역량의 강화도 그의 과제 목록에 올라 있다.

▶쿠팡이 키운 위기론...적극적 소통에 연이은 초대형 IPO=손 이사장은 올해 잇따라 이어진 초대형 IPO를 바라보며 연초의 위기감을 떠올린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하자 한국 증시에 일대 위기론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그는 해결책으로 해외 상장의 단점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국내 증시의 매력을 어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상장 기업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소통도 마다하지 않았다. 손 이사장의 이같은 노력은 곧바로 의미 있는 결실로 이어졌다. 마켓컬리와 크래프톤 같은 대형 유니콘 기업들이 미국 증시 대신 국내 증시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유니콘 기업들은 지분 희석 문제가 제일 걱정이 돼 차등의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미국으로 가려고 한다”라며 “법이 개정되면 제일 좋겠지만 그 이전에라도 거래소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공동의결권 행사 약정과 같은 조치를 상장심사 과정에 검토 대상으로 포함시켜 우호 지분을 확보한 채 상장하는 과정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장 절차도 기존에 재무 성과 중심으로 보던 것에서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 다른 부분들은 심사를 완화해 주도록 과감하게 벽을 낮추기도 했다.

손 이사장은 “저희가 설명도 드리고 제도 개선안도 말씀드렸더니 결과적으로 쿠팡 이외에는 해외에 나간 유니콘들이 없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해외로 안 가고 국내로 온다고 하고 이제 대체로 국내 상장 쪽으로 기우신 것 같다”면서 “옛날에는 거래소 입장이 심사를 요청하면 꼼꼼히 보겠다는 식으로 꼿곳하게 있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찾아가서 우리 시장의 장점을 어필하는 식으로 자세 전환이 이뤄졌다.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계속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올해 카카오뱅크의 상장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2014년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재임 당시 핀테크 지원 정책을 시작했던 그였기에, 카카오뱅크가 상장해 금융 대장주로 올라선 데서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에 대해 손 이사장은 “어찌보면 당시에 트렌드니까 그냥 내가 뒤처지지 않으려 한 것이었는데 상대적으로 많이 앞서간 것이 됐다” 라며 “금융회사들은 제일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세태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인데 초창기에 제가 그 정책을 담당했다는 것이 굉장히 큰 의미고 기회였다”고 말했다.

▶코스닥을 코스닥 답게=손 이사장에게 코스닥은 아픈 손가락이다. 기술주·성장주 중심의 시장으로 만들려던 당초 설립 취지와는 달리 우량 기술 기업의 이탈로 상대적 매력과 신뢰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에 그는 코스닥 시장 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현재 거래소는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만들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간담회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면 프리미엄 클럽에 들어가는 기업들은 규제 완화, 인센티브 등 여러 가지 혜택을 요구한다. 장외에 있는 대형주들을 코스닥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분들의 니즈를 조금은 반영해줘야 할 것 같다”면서 “코스닥은 코스피에 없는 제약들이 많이 있는데 여러 가지 규제 요건을 완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에 거래소는 연말까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이후 개편안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공매도 완전 재개 필요하지만...시기와 방법 공감대 형성이 먼저=뜨거운 감자 공매도에 대해 물었다. 이에 손 이사장은 현재 부분 재개 상태인 공매도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원칙론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매도 문제를 언젠가는 해결을 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그동안 비정상화됐던 부분이 정상화되도록 원상복귀가 돼야 되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외국 시장을 보면 공매도를 제한하고 있는 나라를 찾기 힘들다”라며 “언젠가는 정상화가 돼야 하겠는데 그 시기나 방법은 조금 고민을 해봐야 될 부분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공매도의 문제가 개인투자자들의 이해 관계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털어놨다. 그래서 수차례에 걸쳐 시기와 방법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 되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향성으로 보면 언젠가는 정상화해야 되는데 개인 투자자들이 울분에 차있을 때 무리하게 바꿀 수는 없는 것 같다”라며 “그러다보니 시기가 중요한 것이고, 시장 상황도 중요하다. 하락장에서 괜히 공매도를 자율화했다가 공매도 때문에 이렇게 됐다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독점체제에 대한 비판...“대체거래소(ATS), 동일한 규제라면 반대하지 않아”=한국거래소는 독점 체제인 탓에 늘 비판의 대상에 오르곤 한다. 이에 거래소의 서비스질 개선 등의 이유로 ATS 논의가 잇따른다. 하지만 손 이사장은 결코 ATS의 출현을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학개미들이 해외로 가는 상황에서 이미 해외 거래소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는 판단도 있다. 그는 “저희는 정보기술(IT) 시스템과 세계적으로 제일 낮은 수준의 거래수수료 측면에서 굉장히 가성비가 좋은 인프라”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그는 ATS의 도입이 또 다른 역차별을 낳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 이사장은 “국내 시장에서 공정성 등의 이유로 거래소에 적용되지 않은 제도상의 특혜를 ATS가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한 쪽에만 주어서는 안 된다”며 “동일한 규제 기반 위에서의 경쟁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 성장·톱5 거래소가 꿈”=마지막으로 임기 종료후의 거래소, 10년후 거래소의 그림을 그려봐 달라고 했다. 이에 그는 ”임기 지나고 나서 ’몰랐는데 손병두 이사장 3년 지나고 나니까 시장의 볼륨도 그렇고 내용도 상당히 알차졌다. 선진 시장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졌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더할 나위가 없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 이사장은 거래소 수장으로서 우리 자본시장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중심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조하는 것이 임기 중 목표라고 밝혔다.

10년 후 한국거래소의 모습에 대한 질문에 그는 “양적으로 보면 상장기업들 시가총액이나 거래 규모가 2배 이상 성장해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나라 경제가 모든 면에서 지금 세계 톱10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앞으로 자본시장 또한 톱5를 넘볼 수 있는 수준까지 가면 좋겠다. 세계 일류 기업들이 코스피나 코스닥, 특히 코스닥 기업에 즐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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