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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하향 안정화의 꿈’…다음 대통령은 실현할까 [부동산360]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입법조치나 종합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집값이 올라) 국민에게 많은 고통과 부담을 드린 데 대단히 죄송하다.”

누구의 말일까. 집권 내내 부동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서울시내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헤럴드경제DB]

얼마 전 서거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9년 라디오 방송에서 ‘주택문제 해결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연설한 적이 있다. 200만채 규모 1기 신도시 공급대책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설움 중에서도 가장 큰 설움은 집 없는 설움”이라며 “토지공개념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각종 부동산투기 근절책을 추진한다”고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1월 한 신문과 인터뷰에서 “(그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부동산실명제를 완전히 정착시키고 부정부패를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해 7월 부동산실명제가 전격 시행된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부동산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했다고 평가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8월 “주택가격 안정정책은 어떤 다른 정책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최우선 과제로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30번 가량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집값 상승시기 집권한 역대 대통령은 모두 투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토지공개념, 금융실명제,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당시로선 파격적인 규제책을 동원해 집값을 잡는데 최선을 다했다.

26번 이상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현 문재인 정부도 따지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2020년 1월)이라고 자신했고, “부처의 명운을 걸고 집값과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라”(2021년 2월)고 담당 정부 부처를 독려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를 잡지 못했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건 문재인 정부 최대 약점이 됐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대권 후보들도 집값 상승 시기인 만큼 모두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겠다’, ‘투기를 막겠다’,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집값을 하향 안정화시키고, 누구도 주택 때문에 고통 받지 않게 하겠다”며 “집권 후에는 최우선으로 '강력하고 대대적인 부동산대개혁'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부동산 공약을 통해 “청년 원가주택 30만가구, 역세권 첫집 주택 20만가구를 포함 2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같은 당 홍준표 경선후보는 서울 강북 지역에 대규모 재개발을 통해 시세의 4분의 1 수준인 ‘쿼터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부동산 문제와 맞닥뜨려야 하는 건 숙명이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 2.0’이라 부를 만한 이재명 후보와, 재정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대규모 원가주택, 쿼터주택 공약을 내놓은 야당 후보의 공약은 모두 그다지 미덥지 않다. 모두 집값 하향 안정화를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성공 가능성을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번 대선도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화두가 될 것 같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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