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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 인사이트]테이퍼링 시행 초기 흐름 전망과 테이퍼링의 의미

미 연준의 테이퍼링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 연준은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며 투자자들은 그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테이퍼링은 올해 내내 금융시장의 중요한 이슈로 작용했다. 주로 시행 시기와 관련한 갑론을박으로 금융시장의 등락을 만들어왔는데 이제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금융시장은 어떻게 영향을 받고 투자자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남길까?

테이퍼링 시행을 주식시장 반등의 동인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시행 시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이 선반영한 부분이 있으므로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만큼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다. 이 기대는 지난 2014년 1월 테이퍼링 시행 이후 금리인상 전까지 금융시장이 보여준 움직임에 기인한다. 미국 시장금리는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고 글로벌 주식시장은 테이퍼링 시행 전까지의 낙폭을 만회하는 회복세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테이퍼링 시행 초반에는 이런 흐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테이퍼링 시행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소멸되겠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이 금리인상 쪽으로 빠르게 옮겨 감으로써 2014년과는 달리 미국 금리의 추가 상승과 주식시장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지난 2014년과 다른 이유는 우선 ‘테이퍼탠트럼’이 발생하지 않았다. 2013년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로 5월부터 8월까지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100bp이상 상승하고 신흥국 주식은 11% 하락하는 등 시장이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를 과도하게 선반영했으나 지금은 미 연준이 그때의 실패를 교훈 삼아 신중하게 메시지 관리를 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지난 8월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이는 미국 테이퍼링 영향보다 경기 흐름과 중국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또 다른 이유는 높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지난 테이퍼링이 공식 발표되었던 2013년 12월에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로 연준 목표치인 2%에 미달했음에도 선제적 대응으로 테이퍼링이 도입되었지만 지금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번과는 대조적으로 5개월 연속 5%(전년 동기 대비)를 넘기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2012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선 우리나라 10월 물가상승률처럼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화두로 떠올랐다.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코로나19 변이 확산에 따른 공급망 병목 등이 겹친 한시적 흐름일 수도 있지만 눈앞에서 확인하는 물가상승 압력은 채권시장에서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고 파월 연준 의장의 신중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를 앞당기는 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초반의 움직임을 통해 테이퍼링은 금융시장의 큰 흐름에서 보면 중요한 분기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금융시장 가격지표들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유동성 투입에 의해 부풀려지거나 왜곡되어 있을 수 있는데 테이퍼링 과정은 이 흐름이 안정화되고 정상화되는 변곡점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채권시장에 형성되어 있는 기대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부분이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사용하는 지표는 BEI(인플레이션 보상·Breakeven inflation rate)라고 해서 일반국채금리에서 물가연동국채(Tips)금리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두 금리의 차이를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물가연동국채가 일반 국채 대비 상대적으로 매우 발행 규모가 작고 투자자들의 만기 보유 성향이 높기 때문에 시장에서 유동성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유동성 프리미엄이 형성될 수 밖에 없는데 BEI에는 이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때때로 이 부분이 왜곡을 야기한다. 최근 금융시장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고 이를 반영해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국면이지만 이 흐름이 유동성 요인에 의해 부풀려져 있을 수 있다. 이런 모습은 과거 2012년에도 보여진다. 두 국면의 공통점은 ‘양적완화’라는 직접적이고 인위적인 유동성 공급 국면이라는 점이다. 이 이례적인 국면은 테이퍼링에 대한 언급과 시행 후 마무리된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논란이나 금리 및 달러 등의 가격 변수들도 안정국면으로 접어든다. 즉, 양적완화가 경기회복을 위해 취해진 가격변수 왜곡의 동인이라면 테이퍼링은 이 부분을 정상화하는 본격적인 시작점이라는 의미가 있고 테이퍼링이 필요한 이유라 할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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