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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국물도 없어~” 新라면전쟁이 터졌다 [식탐]
국내외 시장에서 비국물 라면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123rf]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여름철이 아닌데도 비빔면을 비비던 젓가락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비빔면뿐 아니라 볶음면과 짜장라면 등 ‘국물 없는’ 라면들이 최근 마트 진열대 공간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비중을 차츰 늘려가는 추세다. 해외에서도 젊은 층의 주도로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K-푸드 효자상품인 한국 라면은 점차 ‘비국물경쟁 시대’로 돌입하는 분위기다.

‘후추, 케첩, 크림…’ 쏟아지는 국내 비국물 라면들
농심 ‘신라면볶음면’. [농심 제공]

‘국물 라면’으로 라면업계 왕좌를 지켜온 농심의 움직임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포착된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국물 없는 라면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 착안해 신제품을 선보였다”며 “7월에 선보인 신라면볶음면은 누적 판매량 2400만개(올해 10월 기준)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 3월에도 배홍동 비빔면을 출시, 약 5개월 만에 3000만개를 판매하며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비빔면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삼양의 불닭볶음면은 여전히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불닭 브랜드의 누적 판매량은 30억개(지난 6월 기준)를 돌파했다.

짜장소스 분야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농심 짜파게티가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가운데 삼양 또한 짜장라면 라인업을 강화하고, 풀무원도 로스팅 짜장면으로 경쟁에 참여했다.

국물 없는 국내 라면 제품들.

제품의 맛은 훨씬 다양해졌다. 기존의 매운 고추장 소스를 넘어 크림이나 로제, 케첩 등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총출동되는 중이다. 삼양은 로제불닭볶음면과 불타는후추볶음면 등의 신제품을, 오뚜기는 크림진짬뽕에 이어 최근엔 케찹볶음면을 선보였다. 시장조사기관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비국물 라면(볶음, 짜장, 하절기 비빔면 및 일반·칼국수·하절기면 내 비빔타입)시장의 누적 판매액은 4억5263만원으로, 전년 동기(4억1984만원) 대비 증가했다.

“국물 없어도 괜찮아”…MZ세대 사로잡는 쫄깃 면발 · 토핑과 소스의 맛
[123rf]

한국인에게 라면이란 ‘뜨거운 국물’과 ‘얼큰함’이 결합된 음식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적 분위기를 깨고 비국물 라면 트렌드를 이끄는 이들은 MZ세대(밀레니엄+Z세대·1980~2000년대생)다. 새로운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기존 라면에서 볼 수 없던 색다른 매력을 비국물 라면에서 찾기 시작했다. 뜨거운 국물이 없기에 마지막 젓가락까지 즐길 수 있는 면의 쫄깃한 식감, 크림이나 달콤함 등 다양한 소스맛, 여기에 새우나 고기 등 토핑을 올려먹기 수월하다는 점 등이 이들을 사로잡는 포인트다.

해외 SNS에 올라온 쿠지라이식 ‘신라면’.

가정에서 자신의 취향대로 만들어 먹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새로운 국물을 만들긴 어렵지만 익힌 면에 가지고 있는 소스를 첨가하기는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MZ세대들이 직접 만든 라면 레시피가 활발하게 공유된다. 농심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도 SNS에서 인기를 끈 경우이며, 오뚜기는 SNS에서 진짬뽕에 우유와 치즈를 넣은 조리법이 화제를 모으자 이를 반영한 크림진짬뽕을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엔 국물을 버린 신라면 레시피도 국내외 SNS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로제 신라면이나 쿠지라이(Kujirai·물을 적게 넣고 반숙 계란을 터트려 먹는)식 신라면 또는 비리아(Birria·고기에 건고추, 향산료 등을 첨가한 멕시코식 스튜) 신라면 등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홍콩…국물 없는 K-라면의 공략
인도에서 대중적인 라면.

국내 비국물 라면의 성장은 해외 시장에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과 달리 국물 라면은 아예 힘도 못 쓰는 나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가 대표적이다. 인도는 탕면이 아니라 졸임이나 비빔면 위주로 라면을 먹기 때문에 한국 라면이라 하면 국물이 없는 ‘불닭볶음면’을 떠올린다.

중국 다음으로 라면을 가장 많이 먹는 인도네시아(세계라면협회, 2019년 기준) 역시 주로 볶음이나 비빔라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먹는 방식도 한국과 다르다. 스프를 물에 끊이지 않고 면이 익으면 그릇에 옮긴 후 스프를 뿌려 비벼 먹는다. 국물 없는 면 요리에 익숙한 홍콩도 최근 비국물 한국 라면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오뚜기 옛날잡채의 경우 간편하게 한국의 잡채를 즐길 수 있어 현지 반응이 좋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홍콩지사 관계자는 “한국산 라면은 잡채라면을 비롯해 불닭볶음면, 비빔 막국수 등 국물 없이 즐기는 다양한 인스턴트 누들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농심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 시장에서 국물 없는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러한 추세에 따라 현재 신라면볶음면도 수출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떠오른 비국물 라면 트렌드에 따라 MZ세대가 원하는 맛을 개발해 한국 라면에 접목시켜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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