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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물가에 사회보험료까지 줄인상…더 팍팍해지는 서민살림
정부, 실업급여 증가 재정악화 명분
내년 고용·건강보험료율 모두 올려
월 평균급여 300만원 직장인
연간 6만5000원 가량 더 내야
임금 인상률과 비교땐 부담 확대
2일 오전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차량이 주유하고 있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가 3.2% 상승해 9년 9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헤럴드경제DB]

#. 5년 전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한 서울 마포구에 살고 있는 A씨(65)는 새 차를 구입하려다 포기했다. 건강보험료를 또 얼마나 더 내야할 지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A씨는 “은퇴 후 수입이 끊긴 상황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게 건보료”라며 “지금도 건보료가 부담스러운데 새 차까지 사면 부담이 너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돼 계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내년부터 고용보험료와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료가 모두 인상되면서 가계 살림살이를 더욱 짓누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국제유가 상승으로 치솟은 석유류와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농축수산물 가격 탓에 서민 체감물가가 10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한 가운데 사회보험료마저 인상되면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1일 고용보험위원회를 열고 고용보험료율을 현재 1.6%에서 내년 7월부터 1.8%로 올리기로 했다. 앞서 2019년 10월 1.3%였던 고용보험료율을 0.3%포인트 인상한 것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 동안 0.5%포인트 인상되는 셈이다. 문 정부 이전 고용보험료가 인상된 것은 2013년, 2011년, 1999년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래 실업급여 재정 악화로 보험료를 올린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고용보험료 인상명분은 실업급여 증가로 인한 재정악화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월별 실업급여 지급액은 매달 1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5월 1조162억원을 시작으로 5개월 연속 1조원을 웃돌았다. 올해에도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 간 매월 1조원이 넘는 실업급여가 나갔다.

근로자 평균 월 급여는 288만원에 고용보험료율 인상률을 적용하면 1인당 매달 2886원씩, 연간 3만4632원의 보험료를 추가 납부해야 한다. 월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한 달에 3000원씩, 1년에 3만6000원을 더 내는 셈이다.

고용보험료 뿐만이 아니다. 내년 건강보험료율도 평균 1.89% 오른다.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율은 현행 6.86%에서 내년 6.99%로, 지역가입자 보험료는 부과점수당 201.5원에서 205.3원으로 각각 오른다. 직장가입자가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는 월 평균 13만3087원으로 2475원 늘어난다. 한 해 평균 2만9700원 정도 주머니에서 더 빠져나가는 것이다.

고용·건강보험료 인상분을 합치면 내년 평범한 직장인들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약 6만5000원 가량이다. 절대 액수로 보면 많지 않아 보이지만 임금 인상률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만만찮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0년 92만원이던 사회보험료는 2020년 140만원으로 52.1% 올라 같은 기간 임금 인상률 21.8%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10월 물가 상승률이 3.2%에 달하고, 체감물가를 설명하는 생활물가지수가 4.6%까지 치솟아 연평균 임금 증가율 2.5%를 크게 웃돌고 있는 만큼 사회보험료 인상분에 대한 체감도는 더욱 높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물가연동세제, 사회보험료 개혁으로 근로자 실소득을 늘려야 근로자 생활안정 및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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