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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서비스업 기반의 선진국형 경제성장, ‘서발법’을 통해 가능하다

세계에서 상품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그런데 서비스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미국이고 2위는 영국, 그 다음으로 독일, 프랑스 등으로 전통적인 서구 선진국들이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는 나이키의 생산공장이 없지만 신발을 고급화시키는 디자인, 광고, 마케팅 등의 지적 기능을 중국 등 개도국으로 수출한다. 프랑스에는 선박을 한 척도 건조하지 않으면서 선박설계만을 해외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 이런 지적 산출물들은 통계상 서비스로 분류된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선진국에서 신제품 개발을 위해 기술, 디자인 등 지식 서비스를 생산하면 개도국에서 이를 받아 제조하는 국제분업을 이루고 있다. 선진국들이 처음부터 서비스업에 특화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도 과거에는 재품 생산에 주력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개도국들이 산업화에 뛰어들면서 이들의 낮은 생산비는 도저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개도국에게 생산을 물려주고 선진국은 개도국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업으로 특화하자는 전략으로 간 것이다.

지식 서비스를 발전시키면서 선진국들이 안고 있던 일자리와 소득분배의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되었다. 제조업은 수치상으로는 크게 보이더라도 자체 기술이 받쳐주지 못하면 허장성세로 끝날 수가 있다. 높은 기술이 필요한 핵심부품을 해외수입에 의존하다보면 수익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지식 서비스는 인력에 의존하는 것이라서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

그러나 그에 그치지 않는다. 개도국 기업들이 높은 가격에 살 수 밖에 없어 수익성이 높으므로 고소득의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이다. 선진국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낮은 생산공정을 개도국들에게 권유하고 개도국에서 생산이 시작되면 그에 필요한 기술, 디자인, 소프트웨어(SW)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수요처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개도국의 산업화를 도와줌으로써 생기는 우호적 국제관계는 덤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선진국의 서비스업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로봇생산, 원격진료, 스마트팜 등이 보급되면 그에 탑재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제어장치는 선진국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를 이용해 빅데이터를 처리해주는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선진국에 소재할 것이고 설사 하드웨어를 개도국에서 건립하더라도 운용하는 내부 소프트웨어는 선진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선진국권으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식서비스업 기반으로 성장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생산이 증가하고 있고 그에 병행하여 기술 수출도 늘고 있다. 선진국에서의 기술도입도 증가세가 낮아져 독자적인 기술축적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에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개발연대에 수출 제조업의 성장을 총력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모든 분야에 걸쳐 조성해 놓은 제조업 편향적 산업지원체계가 바로 그것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산업구조의 전면적 개편이 추진될 수 있도록 서비스업 발전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는 일이다. 부분적 개선으로는 정책현장에서 기존 법령과 상충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선진국형 산업구조를 장기 목표로 설정하고 단계적인 추진계획을 수립한 후 이를 각 분야별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자층이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이들의 신속한 복귀를 지원해 주려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별업체들의 상태를 정밀분석해 내고 그에 따라 금융여건, 유통구조 개선 등 다방면에 걸친 처방이 종합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지휘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는다고 했다. 새로운 산업 현실에 맞도록 새로운 지원정책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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