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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류세 인하, 사실상 3조짜리 ‘보편복지’
정부·여당 “6개월 20% 인하”
세수 2.5조 감소 재정부담 가중
물가 관리목표도 ‘2%초반’ 상향
공급차질·원화약세 변수 여전
유가, 6개월내로 안정돼야 효과
오름세 지속땐 물가 재급등 우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물가안정 대책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정부와 여당이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함에 따라 국세수입이 2조5000억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기름값의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셈이기 때문에 사실상 재정지출과 다름없다. 하지만 유가가 기조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가 물가 체감도를 어느 정도나 완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정책 당국도 일단 물가 관리목표를 2% 초반대로 높였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유류세 인하폭은 역대 최고로, 내년 4월까지 6개월 동안 인하된다. 2000년 이후 유류세는 총 3번 인하됐다. 2000년 2달 동안 4.7%, 2008년엔 10달 동안 10% 인하했다. 2018부터 2019년까지는 10개월 동안 깎아줬다. 인하율은 첫 6개월은 15%, 나머지 4개월은 7%였다. 2018년 당시 세수 감소폭은 2조4000억원 가량으로 분석됐다. 이번 인하는 기존 휘발유 등이 소진되는 2주 후부터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유가는 3년만에 가장 높은 80달러대를 보이고 있고, 천연가스 가격도 사상 최고수준을 나타내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로존 9월 소비자물가도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각각 5.4%와 3.4%를 기록했다. 세계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는 서민물가 부담을 이유로 인하폭을 키웠다. 당초엔 15% 인하를 저울질했다. 세수 감소폭도 6000억원 정도 더 추가됐다. 15% 감소일 경우 1조8000억원 가량 세수가 줄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직접적 가격부담을 정부가 해주는 셈이기 때문에 당장 가격인하 효과는 있지만, 약발이 얼마나 들지는 미지수다. 유가가 기조적 오름세를 보이게 되면 유류세 인하 효과도 퇴색된다. 정부가 내세운 6개월 내에 유가가 안정돼야 하는데, 장담하기 어렵다.

유가는 현재 쌍방에서 상방압력을 받고 있다. 유가 자체의 공급차질 요인과 동시에 원화약세 현상이 일어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달러 표시 상품인 유가가 오르면 통상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원화는 강세를 보인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 테이퍼링 이슈와 유가 공급차질 이슈가 동시에 각각 작용하면서 유가 가격도 오르고 원화도 약세인 이례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 해외여행도 재개될 수 있다. 수요측면에서 유가를 끌어올릴 잠재적 상방요인도 충분하다. 정부도 이날 물가목표를 1%대 관리에서 2% 초반으로 높여 잡았다.

유가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하면 유류세 인하로 서민부담을 경감해주긴 어렵다. 오히려 6개월 뒤 더 상승한 유가와 함께 유류세 경감 효과까지 동시에 사라지면서 체감도가 급속히 떨어질 수 있다. 3조원짜리 고통 미루기가 되는 셈이다. 물가안정 효과는 덜할지라도 취약계층 선별지원이 재정효율화와 서민 고통경감을 동시에 이룰 가능성이 높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와 관련 “유가 상승세가 워낙 거세고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유류세 경감을 무한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저소득층에 대한 일반적인 지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고유가로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기위해 유류세 인하는 지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최근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흐름세 속에 연간 물가상승율이 2%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어 물가안정문제가 최우선 민생정책이 아닐 수 없다”며 “정부는 모든 가용정책수단을 총동원하여 집중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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