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특수는 엉뚱한 나라 몫?”
오징어게임의 기록적 흥행으로 중국에 이어 베트남·러시아 등 제3국가까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오징어게임 상품 주문제작으로 특수를 누린데 이어, 베트남과 러시아 등 게임 개발사들이 ‘카피게임’을 내놓으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들은 저작권 침해 문제를 교묘히 피해가며 이익을 챙기고 있다.
정작 국내 제작사는 넷플릭스와 계약구조에 따라 220~240억원 사이 제작비를 받은 뒤, 인기에 따른 추가적 인센티브는 얻지 못하는 실정.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이와 무관한 국가에서 수혜를 누리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23일 모바일 데이터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 순위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러시아·이스라엘 게임사가 제작한 오징어게임을 본 딴 카피 게임이 주요 국가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구글플레이스토어 인기게임 순위 상위권에는 베트남 게임사 욜로게임스튜디오가 제작한 ‘456:서바이벌’, 이스라엘 콥게임즈스튜디오의 ‘쿠키 카버’, 러시아 게임사 이들모글이 개발한 ‘캔디챌린지3D’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해당 게임은 국내 기준 인기게임 상위 5위 중 3개, 미국과 일본서 2개를 차지하며 흥행 중이다. 이들은 ‘달고나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유리다리 건너기’ 등을 오징어게임 속 생존 게임을 모바일로 구현했다. 모두 오징어게임이 기록적 인기를 끌던 10월 둘째 주 출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를 비롯한 주요 해외국가서도 상위권에 고루 위치하면서 수익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 게임은 과금 대신, 게임 이용자들에게 광고 영상을 시청하게 해 수익을 내고 있다.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는 저작권 침해로 간주되는 게임을 내리는 등 제재 권한이 있다. 그러나 이들 게임은 오징어게임을 연상케하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 교묘히 저작권 감시망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 되지 않은 국가인 중국도 오징어게임 수혜를 얻고 있다. 오징어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상품(굿즈)를 제작하는 중국 기업들이 특수를 맞은 것이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은 “한국의 온라인 쇼핑사이트 ‘쿠팡’에서 오징어게임 관련 최고 인기 상품 일부는 중국 광둥성 광저우와 선전, 안후이성의 기업들이 판매하는 것”이라며 “상품 문의란은 핼러윈(10월 31일)까지 배송이 가능하냐는 문의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중국 쇼핑사이트 ‘알리바바닷컴’이나 알리바바 산하 최대 쇼핑앱 ‘타오바오’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 쇼핑몰은 오징어게임 공개 직후 사흘 동안 쇼핑몰 한 곳에서만 경비원용 검은색 철제 마스크가 2000여개를 판매해 30만위안(557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중국 기업들은 극중 인물 의상에 대한 드라마 라이선스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파고들어 오징어게임 상품 찍어내기에 나섰다. 때문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정작 오징어게임을 제작한 국내 제작사는 220~240억원으로 추정되는 제작비 외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다. 통상 영화가 대박이 나면 극장, 투자자, 제작사 등이 이른바 ‘인센티브’(흥행수익)를 나눈다. 반면 오징어게임은 계약상 저작권을 모두 넷플릭스가 독차지하는 구조로 국내에 나눠지는 인센티브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찍었지만 과실은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 과정서 투자를 통해 독점적 저작권을 갖는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보면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수익을 독차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국내 제작사 입장에서도 흥행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콘텐츠를 만들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오징어게임도 빛을 볼수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지나치게 종속돼 헐값에 콘텐츠를 통째로 넘겨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