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 빅테크 기업. 과거 스타트업 창업자와 달리 현재 IT기업 창업자 대부분이 주식 교부로 막대한 보수를 직접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가 과거와 달리 주식 교부(stock awards) 등을 통해 막대한 보수를 직접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여러 미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창업자는 연봉을 거의 받지 않고 자신이 보유한 회사 지분의 주가 상승만으로 막대한 부를 거뒀다. 그러나 이같은 관례가 흔들리고 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앨릭스 카프가 지난해 받은 총 보수는 11억달러(약 1조3444억원)에 달했다.

상장사 정보분석업체 마이로직은 팔란티어를 포함해 지난해 CEO 보수가 가장 많은 미국 상장사 상위 10개 중 7개가 작년 상장한 스타트업이었다고 집계했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최고경영자(CEO) 앨릭스 카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앨릭스 카프가 지난해 받은 총 보수는 11억달러(약 1조3444억원)에 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대형 기술회사가 창업자의 리더십 아래 부상했기 때문에 투자자가 창업자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WSJ은 설명했다.

투자자는 창업자에게 주식 등 막대한 보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차등의결권 부여로 적은 지분으로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특히 차등의결권 지분구조를 지닌 신규 상장 스타트업의 CEO 보수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이 기업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와 플로리다대 제이 리터 교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한 차등의결권 기업 CEO 보수의 중간값은 2190만달러(약 259억7000만원)로, 전년 330만달러(약 39억1776만원)의 6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런 보상체계를 지지하는 이들은 창업자 보상이 회사의 성장 지표와 연동돼 있어 창업자가 회사의 고속 성장을 이어갈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창업자가 이미 막대한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추가로 주식을 보상해주는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주주 가치를 희석한다는 반론도 있다고 WSJ은 짚었다.

이는 또 기존 실리콘 밸리의 관례와도 다르기도 하다. 기존 빅테크의 창업자 겸 CEO는 연봉을 현금으로 받거나 주식으로 받더라도 수년에 걸쳐 조금씩 받고 있다.

예컨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그의 CEO 임기 동안 연간 현금 급여가 8만2000달러(약 9736만6800원)에 그쳤고, 다른 보상액을 합쳐도 200만달러(약 23억744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또 수년간 아마존의 공시 서류엔 “베이조스의 회사 지분이 상당하기에 베이조스는 추가적인 보상을 받지 않겠다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반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현재 연봉이 1달러(약 1187원)이고 어떤 주식교부도 없다. 트위터와 스퀘어의 창업자인 잭 도시 역시 두 회사에서 받는 급여가 5달러(약 5900원)가 채 안 되고 역시 주식 교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