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 살해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지난달 7일 오전 송파경찰서에서 이송되고 있다.

[헤럴드경제=채상우·김희량·김영철 기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유흥비로 재산을 탕진해 채무 변재가 어려워진 것이 살해 동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박상구)는 강도살인, 살인, 사기, 공무집행방해,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7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윤성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강윤성은) 지난 7월 유흥비·생활비로 인해 채무 변제가 어려워졌다”며 “유흥비·생활비 부족해지자 피해자를 만나 추가로 돌을 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하자 살인했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희생자인 김모 씨는 강윤성에게 2000만원 상당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강윤성은 첫 번째 살인 다음 날인 지난 8월 27일 피해자 김씨의 신용카드로 휴대전화 4대를 구입하는 등 600여만원을 결제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강윤성에 대한 강력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사회의 약자들을 골라서 살해한 것으로 보아 선택적으로 범행을 한 걸로 보인다”며 “사형으로 사회와 영구적인 격리를 할 수 있으면 더 많은 잠재적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20대 직장인 구모 씨는 “강윤성이 여성을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낮게 바라보고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여성혐오 ’ 범죄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며 “강력한 처벌은 물론이고 왜 여성에게 강력범죄가 특히 집중되는지 관심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윤성은 재판부에 국민참여재판 불희망 확인서를 낸 상태다. 반성문은 따로 제출하지 않았지만 피해자들과 유족을 위해선 자신을 변호하지 말아달라며 변호인에게 쓴 자필 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강윤성은 지난달 자신의 변호인에게 쓴 편지에서 “사형 선고만이 유가족 분들께 아주 조금이라도 진정 사죄드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나에 대한)어떠한 변호도 하지 마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했다. 강윤성의 변호인은 이 편지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윤성은 이날 재판부에 “의견서에 말씀드렸듯이, 모든 것을 시인했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윤성은 8월 26일 자신의 집에서 40대 여성을 살했다. 이튿날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뒤 또다시 50대 여성을 살해한 후 같은 달 31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자수했다. 전과 14범인 그는 특수강제추행 혐의로 복역하다, 올해 5월 6일 전자발찌부착명령 5년을 받고 천안교도소에서 가출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강윤성을 구속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강윤성이 가진 법과 사회제도에 대한 피해의식과 분노, 반사회성 성격장애(사이코패스) 성향이 범죄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실제 경찰이 실시한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에서 강씨는 ‘30점 이상’의 점수를 기록하며 역대 범법자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경찰이 진행한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중 역대 최고점을 받은 범법자는 2003∼2004년 총 2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51)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