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초저금리·양적완화 정책 장기화 따른 부실 위기감도 커져
세계 경제가 공급망 대란, 원자재 가격 급등, 부실 금융 급증 등 복합 악재가 작용해 ‘퍼펙트 스톰’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공급망 대란 속에 화물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항으로 입항하는 모습. [AFP]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세계 경제가 올초 백신 접종 개시와 함께 반짝 회복세를 보였다가 다시 최근 복합 악재로 ‘퍼펙트 스톰(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역 수요는 급증했지만, 운송 인력 부족 등으로 빚어진 공급망 대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전력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 등 세계 경제 곳곳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각국의 초저금리·양적완화 정책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부채가 급증, 세계 도처에서 금융권 부실이 확대될 거라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계는 공급망 대란으로 나이키 운동화, 포드 픽업트럭, 월풀 세탁기까지 거의 모든 생산품의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번 물류 대란으로 올해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공급망 위기로 세계 경제가 회복 경로를 이탈하는 퍼펙트 스톰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성공적인 백신 접종이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 회복을 이끌었다”면서 “그런데 애초 게임기나 자동차 등 일부 품목 공급 차질로 여겨졌던 공급망 문제가 에너지, 인력, 교통 등의 부족 사태를 야기하며 전면적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수요 급증과 관련된 문제지만,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세계 경제를 회복 국면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는 유가와 전기 등 에너지 가격 상승에 주목하며 이들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80달러를 넘어선 사실도 짚었다. 원자재와 에너지발 물가 상승에 따른 생산과 소비 위축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까지 더해져 경제 성장세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9%로 3개월 만에 0.1%포인트 하향 조정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IMF는 특히 올해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6%에서 5.2%로 낮췄다. 미국(7.0%→6.0%), 독일(3.6%→3.2%), 일본(2.8%→2.4%) 등의 하향 조정폭이 컸다. 미국과 독일은 공급망 차질,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을 회복세 둔화 요인으로 지목했다. 주요 7개국(G7) 중에서는 미국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예상보다 더딘 소비 회복 우려 등을 반영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7%에서 5.6%로, 내년 전망치는 4.4%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 전망은 미국이 4조달러(약 4784조8000억원)에 달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부양 예산이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이뤄진 것이다. 만약 예산 규모가 줄어들면 성장률 추가 하향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IMF의 설명이다.
IMF는 중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8.0%와 5.6%로 0.1%포인트씩 내렸다. IMF는 중국의 공공투자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중국 성장률을 소폭 하향한 이유로 들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7.8%로, 일본 노무라증권은 8.2%에서 7.7%로 낮췄다. 중국에선 전력난뿐만 아니라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유동성 위기가 여전히 큰 불씨로 남아 있다.
IMF는 이와 관련 “중국의 자산 분야처럼 대규모의 무질서한 기업 채무 불이행이나 재조정은 광범위한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