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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 흔드는 거버넌스①] 거래 불이행·법정다툼...지배구조 개선 리스크에 딜 ‘타격’
오너의 폐쇄적 의사 결정·이사회 한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변심·계약 번복
한앤코에 손배청구...‘G’ 넘어 ‘S’ 문제
코웨이 되찾은지 3개월새 재매각
‘900억 자산’ 웅진그룹의 과욕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일며 기업의 지배구조(거버넌스) 이슈가 M&A(인수합병)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PEF)의 올 1분기 약정액이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자본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도 한층 커지자, 거버넌스 개선을 둘러싼 갈등 사례 또한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오너의 폐쇄적 의사 결정을 둘러싸고 거버넌스 개선을 명분으로 투자자본과의 법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PEF 운용사와 최대주주간 갈등을 빚는 사례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교보생명보험, 남양유업 사례는 최대주주인 오너가 투자 유치 후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3개월 만에 다시 M&A 시장의 매물로 나온 코웨이는 웅진그룹 오너의 오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회사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을 오너 혼자 좌지우지하는 구조가 거버넌스 개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이사회, 경영진, 주요 주주들이 함께 안건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점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너가 투자자들과 맺은 계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결정이 법적 소송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계약을 번복하기 위해 소송까지 나서면서 주가 급락 등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 오너일가 지분 53%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돌연 계약 파기 행보를 보였다. 더 높은 가격에 팔고 싶다는 단순 변심으로 해석됐다. IB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오너의 목소리만으로 회사가 움직이지 않도록 투명한 이사회 구조 등을 갖췄다면 이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주요 공제회의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남양유업에 대해 “계약은 약속인데 가장 기본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기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며 “최대주주가 어떤 입장을 갖고 계약 불이행이라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사태 등이 사회적 문제로 커지면서 오너가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회사 매각에 나섰던 터라 계약 무산 결정이라는 거버넌스 문제가 재차 사회적 이슈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PEF 투자에 정통한 한 법무법인 고문은 “남양유업은 ESG에서 거버넌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불거진 사례”라며 “사모펀드에 출자하는 연기금·공제회는 이런 문제를 항상 주시하고 있으며 남양유업처럼 리스크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에 투자한 FI 또한 마찬가지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012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FI들과 맺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FI들은 수년째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발이 묶였다.

교보생명은 당시 FI들에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매각하며 2015년 9월까지 주식시장에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지분 가치 희석을 우려 기업공개(IPO)를 꺼리는 행보를 보였다.

FI들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약속기한이 지나도 IPO를 기다렸으나 해결이 이뤄지지 않자, 결국 신 회장이 지분을 되사주는 풋옵션을 행사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FI가 제시한 행사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결국 국제중재재판까지 간 실정이다. 지난달 국제중재재판에서 어피너티 측이 제시한 행사 가격(40만9000원)은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내렸음에도 양측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IB업계는 이 또한 기업의 거버넌스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주로 해외 LP로부터 출자를 받는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 유치 당시 IPO를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데다 풋옵션 계약까지 지키지 않는 그야말로 계약 불이행”이라며 “교보생명 사례는 해외 주요 LP들에게도 거버넌스 리스크로 유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코웨이는 오너의 오판으로 인한 사례로 꼽힌다. 웅진그룹은 지난 2019년 3월 MBK파트너스로부터 코웨이를 되찾은지 3개월 만에 다시 코웨이 매각에 나섰다. 웅진의 자금은 900억원에 불과했으나, 약 2조원에 이르는 코웨이 인수에 나선 것 자체가 ‘과욕’이었다는 평가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코웨이 되찾기에 대한 숙원이 불러온 실패 사례였다. 당시 웅진그룹의 이사회 등 어느 곳에서도 윤 회장을 막지 못한 지배구조 문제가 결국 또 다른 주주들의 피해까지 낳고 말았다. 코웨이는 이후 넷마블에 빠르게 인수됐으나, 코웨이 인수로 재무구조가 나빠진 웅진씽크빅, 웅진에너지 등만 타격을 입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아닌 이사회에서 회사의 경영 안건을 결정하는 거버넌스가 약하다보니 오너의 의견만으로 기업의 주요 사안이 결정되는 문제가 딜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미 기자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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