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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도상환 대신 철회…금소법 악용에 금융당국 속수무책
3~8월 100건 중 1~2건
공모주 청약 대출에 많아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올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대출을 받았다가 다시 취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철회권을 악용하는 사례도 포착돼 금융당국이 모니터링에 나섰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금소법 시행 이후 신설된 소비자 권리 사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3~8월 19개 은행에서 행사된 청약철회권은 총 7만8831건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 보면 1조270억원에 달한다. 전체 대출 건수 대비 청약철회권 행사 비율은 1.41%로 나타났다.

상품별로 보면 대출이 가장 많았다. 6개월 간 대출을 받았다가 취소한 사례만 7만1493건에 달했다. 금액은 8332억원이다. 6월까지만 해도 매월 1만여건 수준이었지만 7월 1만3324건, 8월 1만6524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청약철회권 행사 비율로 따지면 은행에서 팔린 보험(방카슈랑스)이 5.68%로 가장 높았음. 매달 1000여건 정도로 6개월 동안 6327건(1190억원)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철회할 수 있는 기간이 길고, 보험료를 분납하는 구조다보니 대출이나 펀드에 비해 청약철회권을 쓰기 쉽다”고 설명했다.

펀드, 신탁 등 투자성 상품은 1011건(7474억원)에 그쳤다. 행사 비율도 0.146%에 불과하다.

청약철회권은 소비자가 금융상품을 계약했다가 일정기간 내에 위약금 없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리다. 기존에도 일부 상품은 약관을 통해 청약철회권을 보장해왔지만 올 3월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법적 권리로 자리 잡았다. 또 기존에는 1년에 두 번, 담보대출은 2억원 등으로 제한을 뒀지만 올해부턴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청약철회를 할 수 있는 기간은 보험이 청약일로부터 30일로 가장 길다. 대출은 14일, 펀드는 7일 이내다. 청약철회가 접수되면 은행은 3영업일 이내 이자 등을 제외한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소비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제도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금융당국이 모니터링에 나섰다. 공모주 청약, 주택 매매 등 급전이 필요할 때 대출 청약철회권을 이용하는 식이다. 대출을 받은 후 14일 이내 철회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대출 관련 기록도 삭제돼 신용점수에 악영향도 없다.

특히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청약철회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앱으로 300만원 내외의 신용대출을 손쉽게 받을 수 있다보니 청약철회 역시 쉽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뾰족한 수는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여러 사례를 감안해 금소법에 반영된 권리인 만큼 악용 사례를 막을 방법은 없다. 일단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금융사의 일부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소법 시행과 함께 신설된 위법계약해지권은 3~8월 동안 한 번도 행사된 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규제를 위반한 경우 5년 이내에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금감원 관계자 “은행이나 당국에 민원을 먼저 넣는 과정에서 문제가 해소되는 경우가 많아 아직 고객이 직접 위법계약행지권을 쓴 사례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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