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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 밀키트, 상품 넘어 한국 ‘고유의 맛’ 전파수단이죠”[푸드 플러스-정수호 프레시지 제조수출팀장]
한국산 식재료·간편한 조리로 한식체험
지역맛집 ‘백년가게’ 협업...낙지볶음 등 인기
장기보관 가능한 1인 가구 특화 제품
홍콩·미국 등 지속적인 수출 증가
할랄인증 등 현지 맞춤형 제품개발 계획
정수호 프레시지 제조수출팀장
홍콩 마트에 진열된 프레시지 한식 밀키트. [프레시지 제공]

서울 신림동에서나 맛보던 ‘백순대 볶음’이 홍콩 마트에 진열돼 있다. 심지어 옆에는 낙지곱창전골이나 우삼겹 순두부찌개까지 보인다. 모두 조리 음식이 아닌, 집에서 해먹는 ‘프레시지’ 밀키트(식재료와 양념 등이 구비된 간편식) 제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후 전 세계적으로 간편식 수요 증가에 에스닉푸드(이국 음식)트렌드가 일고 있다. 간편식 중 밀키트의 성장세는 우세하며, 에스닉푸드에서는 케이푸드(K-푸드)의 인기가 눈에 띈다. 이 두 가지 흐름을 조합하면 ‘한식 밀키트’ 단어가 나온다. ‘프레시지’는 이러한 추세에 따라 한식 밀키트 수출에 뛰어든 업체이다. 정수호 프레시지 제조수출팀장은 “현시대의 유행과 트렌드가 반영된 ‘바로 오늘의 한국 맛’을 해외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14년 차 경력의 식품 수출 전문가로, 현재 프레시지에서 수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업계가 추산하는 지난해 국내 밀키트 시장은 약 2000억 원에 달하며, 프레시지는 시장점유율 1위(1271억 원 매출, 202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론칭 이후 올해 2월부터는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한식 메뉴의 전망이 밝았기 때문이었다.

“한식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해외 한인마트에는 현지인 비중이 늘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밀키트는 가장 한국적인 맛의 구현에 최적화돼있죠. 다른 수출품의 경우 현지 식재료를 첨가하면서 맛이 변형될 수 있지만 밀키트는 국산 식재료와 소스를 온전히 담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과 똑같은 맛을 즐길 수 있으며, 현지에서도 이 부분을 가장 매력적으로 여깁니다.”

‘한식 밀키트’는 해외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국 식재료와 소스를 통해 복잡한 한식을 쉽게 만든다는 강점이 있다. 정 팀장은 특히 해외 방문이 어려운 시기에 이러한 요소는 더욱 이점으로 작용된다고 했다. 국내 밀키트만의 첨단화된 제품 특징도 한몫한다.

“우리나라 밀키트는 소비자 편의성이 극대화돼있어요. 이커머스, 새벽 배송의 성장 등으로 가정간편식의 생산·유통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해외보다 다양하고 세련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죠. 예를 들어 해외 밀키트의 경우 장보기 대체 수단으로 손질되지 않은 원재료를 그대로 배송하는데 반해 국내 제품은 이미 손질된 상태로, 가열만 하면 되는 제품을 출시하는 편입니다.”

프레시지가 현재 5개국(미국, 호주,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에 수출하는 한식 밀키트는 총 25종이다. 전통 한식을 비롯해 최근 해외에서 각광받는 분식류까지 메뉴 구성은 다양하다. 인기 메뉴를 물어보자 그는 ‘백년가게’의 ‘낙지볶음·낙지전골’ 등을 언급했다.

“‘백년가게 밀키트’는 한국적인 맛을 구현하여 수출에 성공한 사례로, 한국 지역 맛집의 메뉴를 그대로 즐길 수 있어 교포를 비롯해 현지인들도 많이 찾고 있어요.”

‘백년가게’는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선정한 ‘30년 이상 업력 보유의 지역 맛집’을 말한다. 프레시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과 협력해 백년가게의 대표 메뉴를 밀키트로 만들었다. 정 팀장은 “떡갈비, 들깨 순두부찌개, 대구식 육계장 등 총 12종이 있으며, 그중 낙지볶음과 같은 해산물 제품은 수출시 통관이 쉽고, 낙지처럼 해외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식재료가 들어있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현지 반응도 좋다. 특히 홍콩의 경우 1인 가구가 많고 간편식 선호도가 높아 한국 기업이 주목하는 지역이라고 했다.

“홍콩은 ‘더이지(the EASY)밀키트’의 재 발주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요.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조리 시간을 반 이상 줄인 ‘1인가구 특화 제품’이죠. 싱가포르는 온라인 한식 배달 서비스를 통해 판매가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은 가장 큰 한인마트인 H마트에서 ‘백년가게’ 테스트 상품이 한 달도 안되어 품절됐습니다. 현재는 초기보다 6배가 넘는 수출량을 미국에 보내고 있어요.”

정 팀장은 밀키트가 “단순한 상품이 아닌 한국 고유의 맛을 전하는 효과적인 전파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지인이 원하는 특색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프레시지는 추후 현지공장의 생산 계획을 갖고 있으며, 할랄 인증 등 지역별 맞춤형 상품도 개발중이다.

정 팀장과의 대화는 한식 밀키트에 대한 시각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외국인들이 K-푸드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가장 큰 단점은 한국 식재료의 구입과 복잡한 조리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밀키트’라는 수단이 생겼다면 지금은 판매 증가 뿐 아니라 지역에 맞는 제품 개발에도 힘써야 할 중요한 시기다.

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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