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과자 24개 주문했더니 박스만 24개… 배보다 배꼽 큰 ‘배달쓰레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배송·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덩달아 포장쓰레기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 편의를 고려한 배송·배달경쟁이 치열해지며 자원낭비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엔 24개의 과자를 주문했더니 24개의 상자가 배송됐다는 후기까지 등장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고객이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에 남긴 상품 리뷰 내용이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해당 리뷰에 따르면 고객 A씨는 당시 한 제과업체의 체중조절용 에너지바를 로켓배송으로 24개 주문했다. 이튿날 제품이 도착했는데 A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상품 24개가 개별 택배박스에 담겨 배송된 것이다.
A씨는 “웬만하면 후기 작성을 하지 않는데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 쓴다”며 “24개를 주문했는데 각 한 개씩 총 24박스에 배송하는 건 무슨 경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A씨는 “상품 부피가 큰 것도 아니고 배송상자가 작은 것도 아니고 24개가 한 박스에 들어가고도 남는데 그런 박스로 24개를 배송하느냐”며 “박스 포장 풀고 운송장 떼느라 에너지낭비, 시간낭비했고 쓸데없이 자원낭비까지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쿠팡의 특급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본다. 일반배송으로 주문했다면 한 상자에 여러 가지 물품을 담아 배송할 수 있지만 다음날 배송을 마쳐야 하는 로켓배송 주문에 대응하려면 어쩔 수 없이 물건을 개별 포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에 낱개 포장된 물건을 주문이 들어오면 송장만 붙여 내보내는 방식이다. 다양한 크기의 박스를 사용하기보다는하나의 큰 박스로 규격도 통일한다. 물류 처리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편리를 찾다 보니 환경보호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배달업계도 비슷한 문제에 봉착했다. 배달 건수가 늘어나며 자연스레 포장쓰레기·음식물쓰레기 등 각종 쓰레기가 양산되고 있다.
이에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3사는 지난 6월부터 배달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앱 UI(사용자 인터페이스) 개편을 포함한 여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일회용 수저 안 받기’를 기본 옵션으로 변경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필요할 때 별도 요청해야 일회용 수저를 받을 수 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이를 통해 한 달 6400만개의 일회용 수저가 절약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송·배달쓰레기를 줄이려면 업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가급적 묶음 배송을 받고, 쓰지 않거나 먹지 않는 것은 업체에 요청하지 않는 등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