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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과세표준구간의 현실화, 세금의 정상화

과세표준구간이 오랫동안 꼼짝하지 않는 세금이 많다. 20년이 넘도록 과세표준구간이 동일한 경우도 있다.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상속세·증여세 등의 세금은 과세표준구간은 과거 10년 이상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들 세금이 2020년 전체 세수 중에서 8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납세자의 조세 부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납세자가 소득수준의 변동에 대응해 조세 부담을 질 수 있도록 과세표준구간을 오랫동안 현실화하지 않은 것은 비정상이다.

현행 소득세의 과세표준구간은 2008년에 정해졌고, 동 과세표준구간에 대응한 세율은 2009년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과세표준 1억5000만원 이하의 낮은 소득계층에 속하는 과세표준구간은 한 번도 개정된 바 없다. 즉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의 세율은 8%이고,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의 세율은 17%,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는 26%, 88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는 35%다. 12년째 동일하다. 다만 과세표준 1억5000만원을 초과하면 그동안 새로이 4단계의 과세표준구간을 둬 38~45%의 세율로 각각 과세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20년에 3만1880달러로, 2008년 2만1345달러에 비해 약 50% 상승했다. 이처럼 물가 및 소득수준이 많이 늘었지만 과세표준구간과 세율을 장기간 그대로 존치한다면 사실상 증세를 한 것과 같다. 특히 과세표준 1억5000만원 이하에 적용되는 과세표준구간과 세율은 12년째 전혀 조정이 없었는데 이로 인해 낮은 소득계층일수록 조세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됐다. 물론 소득공제 혹은 세액공제 등도 고려해야겠지만 소득세의 세수가 2013년 48조원에서 2020년 98조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난 점에서 국민의 세 부담은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법인세도 2008년에 설정된 과세표준 2억원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에 적용되는 세율도 2009년에 10%로 정한 후 지금까지 동일하다. 또한 과세표준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의 과세표준구간은 2012년에 세율을 20%로 설정한 후 지금까지 동일하다. 다만 과세표준 2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과세표준구간을 신설해 22~25%의 세율을 적용한다.

이처럼 과세표준구간 2억원 이하에 해당하는 법인세는 오랫동안 과세표준과 세율을 그대로 존치함으로써 낮은 영업성과를 내는 기업일수록 사실상 증세가 된 것을 의미한다. 세율구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단일 세율을 채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4단계의 과세표준구간으로 세분해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법인세는 소득재분배의 기능이 거의 없음에도, 기업에 세 부담을 늘리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의 과세표준구간과 세율은 2000년 이후 변동한 적이 전혀 없다. 과세표준 1억원 이하의 경우 세율은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는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는 40%, 30억원 초과는 50%인데, 지금까지도 동일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약 3배 증가했고, 주택 가격은 10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상속세 및 증여세에 대해 사실상 증세를 한 것과 같다. 부가가치세는 세율 10%로, 1977년 이후 지금까지 동일하지만 소비세로써 과세표준구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과세표준과 세율을 오랫동안 그대로 유지하면 납세자의 조세 부담을 늘리는 사실상의 증세가 된다. 물가 및 소득수준의 증가 등을 고려해 과세표준구간과 세율도 현실에 맞게 적시에 조정해줌으로써 세금을 정상화해야 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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