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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 혹은 역사적 인물들이 겪은 이것!

세종은 유독 운동을 싫어했고 말타기를 기피했다. 아버지 이방원이 사냥을 나가자고 졸랐지만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말타기가 특기인 가족 모두가 즐기는 사냥을 혼자 싫어할 이유란 뭘까? 완벽주의자에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세종이 왜 운동만은 기피한 걸까?

정형외과 전문의인 저자는 세종의 병을 의심하며, ‘조선왕조실록’에서 단서를 찾아나선다. 실록에는세종의 통증이 50번 가량 언급된다. 눈병 12회, 허리통증 6 회, 방광염 증상 5회, 무릎 통증 3회 등이다. 20대에 무릎통증이 왔고 30대엔 ‘허리와 등이 굳고 꼿꼿하여 굽혔다 폈다 하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40대엔 ‘눈이 흐릿하고 깔깔하고 아프다’고 세종은 토로했다.

저자는 흔히 당뇨병을 지목하기도 하지만 증상이 다르다며, 이 모든 증상을 발생시키는 단 하나의 질병은 강직성 척추염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강직성 척추염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 포도막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포도막염은 어느 날엔 눈 뜨기 힘들 만큼 아프다가 씻은 듯 좋아지는 일이 반복되는데, 세종의 눈 증상과 닮았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을 ‘뼈 집착’에서 찾은 분석도 흥미롭다.

‘바트요의 집’이나 구엘공원의 산책로 등 그의 건축은 뼈의 구조를 연상시킨다. 저자에 따르면, 가우디의 뼈에 대한 집착의 결정적 이유는 관절염이다. 가우디는 어렸을 때부터 관절통 때문에 입학이 늦었고 형의 등에 업히거나 나귀를 타고 등교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에스파드리유 신발과 2겹의 양말을 평생 신었고 채식을 고집했다. 친구나 가족, 기록도 없는 가우디의 병을 추적하기는 간단치 않지만 저자는 그의 습관과 모습에서 결정적 단서를 찾아낸다.

100여가지 관절염에서 그가 지목한 것은 소아기 특발성 관절염. 70대에도 정교한 손작업을 했고, 허리가 꼿꼿했지만 유독 발만 아팠던 건 작은 관절만 침범하는 소아기 특발성 관절염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책은 ‘성자의 재림’이라 불린 도스토옙스키가 왜 도박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는지, 모차르트의 사인은 무엇인지 명탐정 못지않은 꼼꼼한 탐색으로 진실의 한켠을 드러내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이지환 지음/부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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