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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고기 택배 보내느라 밤샘…이런 추석 처음”
‘코로나 잠시 잊은’ 마장축산물시장
“값 엄청 비싼데도 고향 못 가 고기선물”
“물가상승에 자영업자 부담만 커질 수도”
15일 서울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이 차량과 인파로 붐비고 있다. 한희라 기자

“이런 추석은 처음이야. 주문한 고기 포장하고 택배 보내느라 어제도 새벽 2시까지 일했다니까. 올 추석에는 정말 고기 많이 사먹는 것 같아. 여기는 ‘코로나 세상’이 아니야. 고깃값이 엄청 올랐는데도 코로나 때문에 추석 때 집에 못 내려가니 고기선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 국민지원금이 기름을 부었지. 지원금 나오고 나서 사람들이 고기 엄청 사러 온다.”

서울시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 북문 쪽에 있는 한우전문점 A사장은 방금 주문받은 소고기선물세트를 만드느라 손이 분주했다.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번 추석에는 지난해보다 택배 주문을 일찍 마감했다고 한다. 올해도 인터넷 주문이 많았지만 이제 택배가 안 되니 이번주 금요일부터는 직접 사러 오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15일 서울시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고기류를 옮기고 있다. 한희라 기자

15일 오후 3시, 평일 낮인데도 마장축산물시장은 입구부터 차량과 오토바이로 시끌벅적했다. 선물세트를 사러 오거나 직접 먹을 고기를 사러 온 고객들이 꽤 많았다. 시장에 활기가 도는 것이 코로나19 거리두기로 한산한 도심 카페나 식당과는 확연히 비교됐다.

마장동 인근 회사에 다닌다는 한 신혼부부는 “직장 동료 추천으로 오게 됐다”면서 “고깃값이 생각보다 비싸지만 부모님께 드리려고 20만원짜리 세트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호수축산 김은지 사장은 이들에게 어떤 구성을 할지, 어떤 포장을 할지를 휴대전화 사진으로 보여줬다. 택배는 이미 마감돼 다음날 손님이 직접 찾으러 오기로 했다. 가게 내부에서는 직원들이 고기를 썰고 포장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왕십리에서 온 30대 부부는 직접 먹을 고기를 사러 시장을 찾았다. “국민지원금도 받았고 해서 고기를 사먹자고 했다”면서 “마트보다 가격이 딱히 저렴하진 않지만 고기가 훨씬 신선하고 부위별 맞춤 구성이 가능해 시장에 왔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이 차량과 인파로 붐비고 있다. 한희라 기자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최근 고깃값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구이용 한우 100g당 가격이 작년 이맘때만 해도 1만3000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1만6000~1만8000원으로 올랐다. LA갈비도 작년 이맘때 1㎏에 2만3000~2만5000원 선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수직 상승하며 지금은 3만5000~4만원까지 올랐다.

한우와 LA갈비 등 주로 소고기를 취급하는 B사장은 “고깃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 한우도 올랐고 수입고기도 올랐고. 소나 돼지나 다 올랐다”면서 “LA갈비는 비싸서 물량이 더 안 나온다. 기존에 주문받아 놓은 것만 소화하고 더는 주문을 안 받는다. 코로나로 수입이 원활하지 않기도 하지만 가격이 계속 오르니 수입상이나 중간유통상들이 재고물량을 풀지 않아 가격이 더 비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고깃값이 올라도 그나마 국가지원금이 풀려서 많이 엄청 사먹는다. 하지만 지원금 효과가 사라지면 비싸다고 안 사먹을 것 아니냐”며 “상인들도 값이 오르는 게 마냥 좋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지원금이 한우 등 물가만 되레 올려놓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장기화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생활고를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고기시장만 노났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육류업계도 국민지원금이 풀린 이후 고삐 풀린 것처럼 오르기만 하는 고깃값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국민지원금으로 인한 일회성 소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인 데다 결국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자영업자들의 부담만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장축산물시장상인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10만원짜리 선물세트부터 있었는데, 고깃값이 오르면서 올해는 어림도 없다. 올해는 최소 15만원부터 시작하고 보통 20만원짜리가 잘나간다고 하더라”면서 “국민지원금을 받아 고기를 사먹으니, 상인들로선 참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지난해 재난지원금 때처럼 이번 지원금이 풀린 이후로 고깃값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다들 잘 팔린다고 하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서 매출이 줄었다는 상인도 있다. 가격이 오르면 사는 것도 파는 것도 힘든 게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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