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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공공임대 성장기 빈집 문제,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선진 복지국가에서 100여년 이상을 이어가고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정책 생애는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대체로 전후 20여년간 집중 건설로 1960~70년대에 황금기를 누렸지만 1980년대 이후 민영화로 공공임대주택의 지위는 상당히 위축됐다. 정부 지원은 점차 줄었고 공급은 감소했다. 정책의 변방으로 밀려나면서 근로자들의 삶을 경이롭게 개선시킨 대량공급의 성과는 대량관리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노후화, 저품질, 빈곤 낙인, 차별 문제와 얽히면서 공가(빈집) 문제도 불거졌다. 그러나 1990년대 초까지의 이런 현상들은 2000년대 집값 급등, 양극화 심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반전됐다. 지금 최대 현안은 누적된 대기 적체 수요와 임대료 부담 위기로 ‘어떻게 하면 공급을 확대할 것인가’이다.

대다수 국가들이 겪어온 이러한 정책 행로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공공임대주택이 태어나고 성장해서 계속 건강하게 유지되기란 쉽지 않다. 또 건물 수명이 길고 장소가 고정돼 있어 문제가 한번 발생하면 오랫동안 고착화된다. 빈곤 이미지, 나쁜 평판을 걷어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은 공급으로 그 정책 소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유지할 관리 체계와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공가가 생기는 것은 그 자체를 문제로 인식하기 보다는 관리 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15여년간 공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성장 초기단계라고 볼 수 있다. 2013년에 100만호를 넘어섰고 2020년말에는 약 170만호를 확보해 전체 주택의 8%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량 공급 과정에서 빚어지는 필연이라고 해야 할까. 공급이 늘면서 공가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어느 정도의 공가는 주택순환 과정이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필요하다. 노동시장에서의 자연 실업율과 유사하게 주택의 자연 공가율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 대개 2~5% 범위이다. 얼마동안 비어 있는가도 판단해야 한다. 문제시되는 공가는 살던 사람이 나가서 빈 상태가 아니라 6개월 이상 아무도 살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국제기준으로 보면, 핵심 건설임대(영구·국민·행복) 중 6개월 이상된 공가는 2015년부터 발생했으며 공가율은 2016년 0.5%에서 2018년까지는 1% 미만이었고 2020년말에는 3%이다.

공가율이 아직은 자연 공가율 범위 안에 있다. 하지만 공가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공가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외곽 입지, 과잉 공급, 산업 침체나 기업이전으로 인한 수요 이탈, 인구 감소와 같은 수급 요인이 크지만 최근에는 협소한 평형, 건물 구조나 설비, 층이나 향, 노후화 등 요인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제도에 묶인 공가도 있다. 그동안 여러 유형들이 제각기 칸막이로 운영돼온 한계로 수급자들이 주로 입주하는 영구임대에 공가가 있다고 해도 인근 국민임대의 대기자들은 자격 미달로 입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공가 해소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과잉 공급 문제가 있는 지역은 신규 공급량과 속도를 조절해 나가고, 평형의 확대, 평면 개선 등으로 개선될 수 있다. 노후 주택은 현재 추진 중인 공공임대주택 그린리모델링으로 새로 단장하면 되고, 제도상의 한계는 내년 도입 예정인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앞으로 2025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40만호를 확보해 나가는 과정에서 공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적 자원의 활용·효율·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 전략, 절차 간소화, 중개 업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길고 험난한 생애사가 말해주듯이 공공임대주택은 ‘지켜나가는 것’ 그 자체가 가치가 아닐까 한다. 선진 복지국가들이 최근 공공임대주택의 가치를 새로이 재조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가는 과정일 뿐 최종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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