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도 높아
천보가 5000억원 규모의 이차전지용 전해질 제조공장 설립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자사주와 대주주 지분 매각에 나섰다. 내년부터 진행되는 1차 투자 자금 2185억원 가운에 약 500억원을 마련한 천보의 추가적인 대주주 지분 매각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천보 창업자이자 기술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상율 대표이사는 전날 천보 주식 9만7569주를 시간외매도 가격 27만3000원에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전체 매도 금액은 약 266억원이다. 이로써 이 대표는 전날 천보가 자기주식 9만5877주(262억원)를 처분한 것과 합해 이틀 만에 약 528억원의 투자금을 마련했다.
이번에 매도한 자사주 물량은 지난해 55억원 가량을 들여 매입한 물량으로, 천보는 이번 매도를 통해 약 200억원의 수익을 거둬, 370%에 달하는 수익률 효과를 누리게 됐다. 앞서 천보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주가 방어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25만주 매입을 결정한 뒤 약 16만5813주를 매입한 바 있다.
매도 자금은 지난 6월 설립한 100% 자회사 천보BLS에 투자된다. 앞서 천보는 새만금산단에 2차전지 전해질 제조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먼저 1단계(2022~2023년)로 2185억원, 2단계(2024~2026년)로 2940억원 등 총 5100억원 가량이 투자된다.
이번 대주주 지분과 자사주 매도는 1단계 투자금 마련의 행보로 해석된다. 별도 차입이나, 증자 등 자본조달이 아닌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한 것에 미뤄, 향후 추가적인 대주주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 대표는 이번 지분 매도에도 여전히 천보 지분 55%를 보유 중이다. 향후 50%까지 주식을 매도해도 경영권에 문제가 없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이 대표가 주식 5% 가량을 매도한다고 가정하면 528억원에 더해 추가로 약 1400억원의 투자금 확보가 가능해진다.
일부는 내부 보유 현금 활용 가능성도 예상된다. 천보의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현재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자산으로 약 59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대주주 지분 추가 매각과 보유 현금 등을 감안할 때 2100억원에 달하는 1단계 투자금 확보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최근 3개월간 53.5% 급등한 주가에 대주주의 매도로 인한 주식 유통물량 증가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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