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한 국정 연설을 통해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란 이름의 국제 무역·사회기반시설 연결 구상을 발표하며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적극적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유럽연합(EU)이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란 이름의 국제 무역·사회기반시설 연결 구상을 발표하며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한 본격적인 맞대응에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한 국정 연설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 국가와 ‘글로벌 게이트웨이’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며 “우리는 전 세계 상품, 사람, 서비스를 연결하는 양질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가치에 기반한 접근법으로 파트너들에게 투명성과 우수한 거버넌스(협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개별 국가가 특정 경제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글로벌 게이트웨이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이 EU의 번영과 안보에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권위주의 정권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 세계 사업 활동과 국제 무역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희생해가며 이뤄질 수는 없다면서 EU 시장에서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500만명이 강제 노동을 하도록 위협·강요받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강제로 상품을 만들고, 이들 상품이 유럽의 상점에서 판매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특정 국가를 명시적으로 지목하지 않았지만, 정확히 중국을 정조준한 발언이라 읽히는 대목이다.

AFP 통신은 “중국이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의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족을 수출품을 만드는 데 강제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은 그동안 EU와 중국 관계에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한 핵심 쟁점이었다”고 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한 국정 연설을 통해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란 이름의 국제 무역·사회기반시설 연결 구상을 발표하며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적극적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EPA]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가 주도하는 국제 인프라 구축 작업이 중국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도록 구상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소유한 구리 광산과 중국 소유의 항구를 연결하는 완벽한 길을 건설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우리는 이 같은 투자에 관한 한 더 영리해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내년 2월 예정된 EU-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게이트웨이’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U의 이번 조치는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은 물론 EU 회원국까지 자신들의 경제권으로 연결해 대외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중국의 움직임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고 적극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EU의 ‘글로벌 게이트웨이’ 구상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천명하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 주요 회원국들이 호응한 ‘더 나은 세계 재건(B3W, Build Back Better World)’ 계획 추진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B3W는 미국과 동맹·파트너 국가들이 협력해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이 겪고 있는 40조달러(약 4경6680조원) 규모의 인프라 격차를 해소한다는 전략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금껏 중국은 (유럽 등 서방 국가의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지정학적 영향력이 큰 지역의 대규모 인프라·운송 네트워크를 ‘일대일로’란 이름 아래 빠르게 연결해왔다”며 “EU가 중국의 ‘일대일로’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점을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