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잡은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과 외교가 불가피하다며 탈레반 정부를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열린 유럽 의회 연설에서 EU가 아프간의 새 정권과 협력해야만 미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탈레반과 협력이란 대화와 토의, 합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말”이라며 사실상 외교를 하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추가로 보렐 고위대표는 아프간 수도 카불에 EU 대사단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아프간 주재 EU 회원국의 대사관은 현재 폐쇄됐지만 여전히 외교를 할 수 있는 대사단은 있다”며 “보안 환경만 갖춰진다면 화상회의나 메시지를 통해 탈레반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EU는 탈레반과 협력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외교관계 기준을 마련 중이다. EU는 이날도 탈레반의 인권 유린 문제를 짚으며 탈레반과 외교 시 해당 문제를 재차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탈레반과 인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순전히 모순이지만 논의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스페인 외무장관은 EU가 아직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지만 탈레반과 대화를 통해 얻을 점이 많을 거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난민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앞으로 몇 달 안에 더 많은 아프간인이 나라를 떠나 유럽에 정착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보렐 고위대표는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유럽으로 건너온 난민 수보다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15년 시리아에서 발생한 난민 수는 400만명이 넘는다.

보렐 고위대표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아프간 난민은 수용하는 것이 맞다”며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탈레반과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