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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물된 전세대출...금융당국 ‘관리 한계’ 직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28% 껑충
5대 은행 전세대출 전년비 14% ↑
가계대출 年관리 목표 이미 추월
대부분 실수요 대출...규제 딜레마

가계부채가 정부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집값 뿐 아니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요는 여전히 가계부채를 키우는 중이다. 정부가 목표로 내건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 5∼6%’ 는 현시점에서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8월까지 87조4000억원 증가해 작년 같은 기간 증가폭(60조2000억원)을 훌쩍 상회했다. 작년 말의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이 1630조2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5.3% 증가했다. 금융위가 목표로 하는 가계대출 연간 관리선(증가율 5∼6%)을 벌써 터치한 것이다.

은행권 가계대출도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46조3000억원으로 작년 말(988조8000억원)보다 5.8%(57조5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이끌고 있는데, 특히 전세대출 증가폭이 크다. 올해 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는 5.9%(42조3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5.7%(15조2000억원) 각각 늘었다. 이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8월 말 전세대출 잔액은 119조9670억원으로 지난해 말 105조2127억원보다 14% 증가하며 전체 상승폭을 훌쩍 넘어섰다.

전세대출은 실제 아파트 전셋값이 10년 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나타났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4억4156만원으로, 1년 전(3억4502만원)과 비교해 28.0%가 올랐다. 2011년 이후 동기간 상승폭 최대치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2억5939만원에서 3억2355만원으로 24.7%가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하고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대출은 증가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도 이를 파악하고 있다. 한은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최근 주택시장 상황과 높아진 가계 수익 추구 성향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대출 수요가 크게 둔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의 현실에 대한 이해 없이 가계대출 억제 목표를 너무 타이트하게 설정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추석이후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놓기로 한 금융당국도 딜레마에 빠졌다.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최근 한국금융연구원 토론회에서 “지난해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많이 늘었지만, 올해는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 집단대출이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이 3개 대출이 모두 실수요 대출이어서 정책적 진퇴양난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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