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존재 몰랐다”…‘베트남 타잔’ 문명 복귀 8년 만에 사망
[더 선 캡처]

[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베트남 정글에서 고립된 채 살아오면서 41년간 지구상에 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현실판 타잔' 호 반 랑이 문명사회로 돌아온 지 8년 만에 정글을 그리워하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9일(현지 시간) '더 선'과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반랑은 불면증과 향수병으로 정글을 그리워하다 5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랑은 베트남 전쟁 당시 군인이었던 아버지 호 반 탄과 함께 정글에서 생활해왔다. 전쟁의 충격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했던 탄은 첫째 아들인 랑만을 데리고 점점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게 됐다.

사진작가 알바로 세레조는 지난 2015년 이들의 소식을 듣고 정글 깊숙한 곳에서 삼부자를 만났다. 발견 당시 랑은 나무껍질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으며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여성의 존재를 몰랐다. 랑은 여성에 대해 "아버지가 여성에 관해 설명한 적이 없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여성 존재 몰랐다”…‘베트남 타잔’ 문명 복귀 8년 만에 사망
[더 선 캡처]

세레조는 "랑은 성적 욕구가 없는 것 같으며 여성에게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며 "랑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순수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문명사회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나자, 랑은 불면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정글로 다시 돌아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는 정글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와 가족을 마을에 정착시켰다.

이후 지난 2017년 아버지가 고령으로 숨지자 랑은 마을 끝 산자락에 홀로 움막을 짓고 살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가슴과 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간암 판정을 받았다.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던 랑은 결국 지난 5일 가족들의 마지막 배웅 속에서 숨을 거뒀다. 그의 동생은 "형은 평생 그리워하던 정글에 대한 향수병을 이제야 멈추고, 아빠를 만나러 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