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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조 육박 ‘저원가성 예금’...은행들만 웃는다?
수시입출금 예금 이자 ‘0’ 수준
잔액 전년대비 175.4조 늘어
LCR 규제수준 맞추기에도 도움

언제든 인출이 자유로워 이자가 거의 없는 수시입출식 예금 규모가 1000조원에 육박했다. 비용(이자)이 제로 수준이라 은행들은 이를 저원가성 예금이라 부르는데, 은행 입장에선 굳이 높은 금리의 정기예금 상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된다. 또 이달말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완화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별도의 품을 들이지 않고서도 이 비율을 높여주는 효과를 주기 때문에 은행들에겐 일석이조일 수 밖에 없다.

9일 한국은행의 ‘8월중 금융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실세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예금, 은행·중앙정부·비거주자예금 제외) 잔액은 962조2000억원으로 한달새 16조3000억원(1.7%)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75조4000억원이 늘어 22.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적게나마 이자가 있는 정기예금은 지난달 8조4000억원(1.2%) 늘어 713조3000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는데, 금리인상 기대에 따라 일시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지난 1년간으로 보면 9조7000억원(1.4%) 상승에 그쳐 저원가성 예금에 비해 성장세가 저조하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대출금리는 빠르게 상승하는 한편 예·적금금리 증가폭은 미미하단 지적이 나온다.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동시간 연동되는 대출 금리와 달리 예·적금은 주로 1~2년 만기의 고정금리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분이 반영되기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행들이 기준금리에 자행의 여건의 고려한 경쟁금리(자금보유현황, 마케팅 전략 등의 경영정책,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한 가산금리)를 붙이는 예·적금금리의 금리 산정방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원가성 예금이 풍부해지면 경쟁금리를 높게 붙일 동인이 사라지는 것이다. 지난달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6조3000억원으로 이론적으론 저원가성 예금만으로도 이의 90% 이상이 충당할 수 있단 계산이 나온다.

저원가성 예금이 전체 은행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현재 55.5%로 1년새 5%포인트 가량 올랐다. 일각에선 은행이 점차 금고로 전락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안정적 수신기반 확충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투자은행(IB)으로의 변화 노력이 시급하단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저원가성 예금 증가는 코로나19로 한시 완화됐던 LCR 규제 수준 맞추기에도 도움이 된다. LCR이란 국채, 은행채, 현금 등 고유동성자산을 향후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현재는 당국의 유연화 조치에 따라 85%까지 낮아진 상태인데 추가 연장이 없을 경우 이달말 다시 100%로 복귀된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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