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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금융분쟁조정과 대안적 금융분쟁조정기구

최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라임자산운용의 국내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비율로서는 최대 한도 수준인 80%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다행스럽게 양 당사자 모두 권고를 받아들여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 아직 분쟁 중인 다른 피해자도 이번 분조위 결정을 참고하여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금융민원 건수는 9만334건에 이르러 작년 대비 9.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상담 및 상속인 조회 등 금융거래 문의 건수까지 합하면 무려 70만건에 달한다. 금융상품과 관련 서비스의 다양화·복잡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분쟁은 어쩌면 불가피한 것일지 모르나 걱정스러운 것은 앞으로도 증가세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현재 금융감독원이나 한국소비자보호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금융민원을 처리하는데, 예산 문제 등으로 인력 확충이 쉽지 않아 민원 처리가 지연되고 소비자 불만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각 금융협회를 중심으로 금융분쟁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 당국에 접수된 분쟁 건이 많다는 것은 중립성, 공정성, 실효성 관점에서 소비자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이러다 보니 금감원의 경우 분쟁 처리능력의 한계로 민원 처리기간이 지연돼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등 소비자 보호 기능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물론 금융 당국이나 금융회사 모두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6년 9월에는 신속한 처리를 위해 민원·분쟁을 유형화하여 분류하거나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 자율조정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효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 같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민원을 효율적 처리를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프로세스 개선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자율조정기관으로서의 금융협회의 역할에 대한 자기인식 변화, 그리고 국민의 신뢰회복을 통한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해외에서도 금융협회 등이 민간 조정기구로서 금융 당국과 소비자의 중간 위치에서 나름의 제 역할을 맡고 있는 사례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일본은 금융분쟁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민원해결을 위한 사전 조정 절차를 거치도록 한 후 금융협회가 민원을 처리하는 이른바 재판외금융분쟁해결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금융민원 전담기구인 FOS(Financial Ombudsman Service)에서 금융회사와의 조정이 끝난 민원에 대해서만 조정 절차를 진행한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미국의 FRS, FDIC 등 연방감독기구와 주정부 감독당국도 금융회사와 일차적으로 자율조정을 거친 민원만을 조정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대안적 분쟁해결 기구(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의사결정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외부 전문가를 충분히 영입하여 전문성을 확보하는 한편, 무엇보다 금융회사에 예속되지 않는 예산확보 등 독립성을 충분히 담보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국회에서 보험협회가 보험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보험업법안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인데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롭고 금융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효율적인 분쟁해결 모델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해본다.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이후록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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