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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탈레반 정부’ 아쿤드 내세우고 ‘실세’ 바라다르 받치고
과도내각 파슈툰족 위주 구성
일단 경량급 인사가 수반 맡아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7일(현지시간) 새 정부의 윤곽을 발표했다.

아프간은 파슈툰족(42%)과 타지크(27%), 하자라(9%), 우즈베크(9%) 등 다양한 소수 민족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과도 내각은 파슈툰족 남성으로만 구성돼 호의적인 국제 여론 구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정부 수반을 비롯한 과도 정부 내각 명단을 공개했다.

아쿤드는 탈레반이 결성된 남부 칸다하르 출신으로, 20년간 탈레반 최고 위원회인 레흐바리 슈라를 이끌었다. 탈레반의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 외무장관과 부총리를 역임했고, 유엔(UN·국제연합) 제재 명단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군사 업무보다는 종교 관련 분야에 주로 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내 실세로 알려진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애초 정부 수반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번 내각에서는 압둘 살람 하나피와 함께 부총리급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바라다르보다 경량급 인사가 수반을 맡은 것은 변동성이 큰 과도 내각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내각 구성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이날 발표된 명단은 ‘대행’ 내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발표된 내각 구성은 ‘과도 정부’ 형태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역할이나 세부 정부 체제 형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수많은 폭탄 테러와 납치극을 자행한 탈레반 연계조직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 시라주딘 하카니는 내무부 장관을 맡았다. AP는 하카니를 미 연방수사국(FBI)이 현상금 500만달러를 건 인물로 지목하고, 그가 지금도 최소 1명의 미국인 인질을 구금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 창설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아들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이날 탈레반 발표에 앞서 인도 NDTV는 하산의 정부 수반 내정 소식을 전하며 이번 인선은 조직 내 정파들이 권력 투쟁 끝에 타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3일 정부 출범식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정이 미뤄져 왔다.

탈레반은 이전 통치기 때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라는 국호를 사용했고, 지금도 이를 조직의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치 체제의 공식 명칭, 국기, 국가 등은 미정 상태다.

앞서 탈레반은 새 정부 내각과 관련, 포용적으로 구성될 것이며 여성 인권도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내각을 비롯한 새 정부 주요 보직에서 소수 민족과 여성은 배제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탈레반 치하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여성 시위는 날로 확산하고 있다. 현지 하아마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에 강경 대응해 2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한 기자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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