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구타·집단 따돌림 때문에”…해군 강감찬함 소속 일병 극단적 선택
6월 18일, 강감찬함 소속 정 일병 극단적 선택
정 일병, 아버지 간호 후 왔는데 집단 따돌림 구타 당해
“가해 선임병과 피해자 분리가 안 돼…피해 호소”
“카카오톡으로 함장에게 SOS 쳤으나 가해자와 분리 안해”
센터 “함대 내 관계자들 소환해서 철저히 수사해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모습. 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구타·폭언·집단 따돌림을 당한 해군 강감찬함 소속 일병이 휴가 중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인권센터는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센터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타, 폭언, 집단 따돌림 등을 겪었던 강감찬함 소속 정 일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죽음에 이르게 한 군이 명백히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에 따르면 정 일병은 지난해 11월 어학병으로 해군에 입대, 지난 2월 1일에 강감찬함에 배속됐다. 그런데 전입으로부터 열흘이 지나 정 일병의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를 겪어, 정 일병은 간호를 위해 2월 25일까지 2주간 청원휴가를 내게 된다. 같은달 25일 부대로 복귀한 그는 코로나19 관련 지침에 따라 3월 9일까지 격리 조치됐다.

그런데 이후 선임병들의 정 일병에 대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아버지를 간호하고 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의 자식이다”, “꿀을 빨고 있다”고 하며 그를 따돌렸다. 갑판병인 정 일병이 실수를 하자 3월 16일에 선임병 2명이 가슴을 밀쳐 갑판에 넘어뜨렸다. 그러면서 “뒤져버려라”라고 폭언했다고 한다.

같은 날 밤 정 일병은 함장에게 카카오톡으로 선임병들의 폭행과 폭언을 신고한 뒤 비밀을 유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함장은 피해자를 선임병들과 분리시키지 않고 보직만 바꿔 여전히 가해자들과 마주치도록 방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23일에는 정 일병은 함내 부장과 주임원사에게 “과거 공황장애 약을 복용하다가 끊었으나 다시 약 처방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24일에 약을 처방받기도 했다.

3월 26일 정 일병은 가해자들과 한 배에서 지내다 자해시도를 했고, 이후 함장에게 연락해 구제 요청을 했다. 이때 함장은 가해자들을 불러 사과를 받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했다.

3월 28일 정 일병은 구토, 과호흡 등 공황장애 증상을 일으켰다. 그러나 함장은 정 일병을 하선 조치 하지 않고 같은달 29일 도움병사 C등급으로만 지정했다. 같은 달 30일 정 일병은 갑판에서 청소 중 기절한 채 발견됐다.

함장은 4월 6일에 정 일병을 하선시켜 민간병원에 위탁진료를 보냈다. 정 일병은 4월 8일에 정신과에 입원했고 같은날 강감찬함은 징계위원회가 아닌 ‘군기지도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를 회부했다. 군기지도위원회는 군기 훈련이나 벌점 등을 부여하는 곳이다.

지난 6월 8일 퇴원한 정 일병은 같은달 18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센터는 “후임인 피해자와 선임인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고 화해시킨다는 명목으로 함장이 이들을 한 자리에 불러 사과시킨 것은 엄연한 2차 가해로 매우 부적절한 조치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군은 함내 관계자들의 신상을 확보하기는 커녕, 정 일병 사망으로부터 열흘이 지나고서 함내 관계자들을 인사조치 없이 그대로 청해부대로 보내버렸다”며 “함장, 부장 등 주요 수사 대상자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조사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진상 규명과 관련된 군사경찰의 수사가 매우 의심스럽다”며 “7월 26일 해군 3함대 군사경찰대는 정 일병 유가족에게 중간 수사 브리핑을 했는데, 왜 가해자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유가족이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타, 폭언, 집단 따돌림 등을 겪었던 정 일병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명백히 군의 책임”이라며 “정 일병은 살기 위해 수차례 함장에게 SOS를 보냈지만 이들은 정 일병을 방치했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해군은 즉시 정 일병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들의 신상을 확보하고 강감찬함 함장, 부장을 소환해 수사하라”며 “군의 이득을 위해 충견 역할만 하는 군사 경찰에 대해서도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해군 관계자는 “현재 사망원인과 유가족이 제기한 병영부조리 등에 대해 군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a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